물류대란을 몰고 온 화물연대 파업은 많은 후유증과 숙제, 교훈을 남겼다. 정부는 부산항과 주요산업이 마비되고 수출길이 막히는 돌발 사태에 놀라 화물연대측 요구를 상당부분 성급하게 수용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다.먼저 마비상태에 놓였던 물류를 원상 회복하여 수출에 차질이 없게 하는 일이 시급하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이번 파업으로 6,000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파업은 후진적이고 낙후된 물류체계를 혁신해야 하는 숙제를 남기고 있다.
노·정 합의문은 화물차 경유세와 관련, 교통세 인상액 전액을 정부의 보조금으로 지원하며, 지입제의 조기폐지를 위해 법을 개정하고, 다단계 알선의 실태조사를 한 후 불공정 거래관행을 개선한다는 내용 등 11개 항이다. 협상 결과로 사정이 어려운 화물 노동자의 경제적 부담과 복지가 개선되는 것은 반갑고, 또 그래야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오기까지 당국이 화물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모르고 있었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또 대란이 터져 국가적으로 큰 피해를 보고 나서야 개선되는 현실도 개탄스럽다. 정부는 파업 돌발 후 주도적 관련 부처도 없이 며칠 동안 우왕좌왕하며 시간을 허비했던 사실을 되새겨보아야 한다. 정부의 위기대처 능력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이번을 계기로 전경련은 물류혁신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라고 한다. 기업의 물류비 부담이 늘어날 우려가 있어 위원회에서 물류 선진화 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절실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파업이 큰 상처를 남긴 채 봉합되면서 경제계에서는 '친(親)노조적'으로 해석되는 정부 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다른 노조들도 앞으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한다면 기업의 입장이 크게 염려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협상타결에 따라 경찰은 파업 주동자에 대한 사법처리를 보류키로 했다. 추상같은 대처를 외치던 정부가 일순간 태도를 바꾸는 것도 꼭 바람직한 것인지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정부의 발언에는 권위와 신뢰가 담겨야 한다. 국민경제와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미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보다 신뢰할 만한 노사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