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페론당 후보인 네스토 키르흐네르(53)가 25일 대통령에 취임한다.키르흐네르는 18일 2차 결선투표에서 맞붙을 예정이던 카를로스 메넴(72) 전 대통령이 후보 사퇴를 선언함에 따라 자동으로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메넴은 지지율에서 키르흐네르에게 30% 포인트 이상 뒤쳐지자 14일 "이제 떠날 것"이라며 3선의 꿈을 접었다. 1차 투표에서 2위를 한 키르흐네르가 부패 이미지와 친미주의자로 각인된 메넴을 상대로 뒤집기에 성공한 것이다.
변호사 출신인 키르흐네르의 승리는 깨끗한 이미지 덕분이다.
1991년부터 12년간 남부 산타크루스 주지사로 재직한 그는 사회정의를 강조하면서 부패 스캔들에 시달려온 메넴을 구시대 정치인으로 몰아붙였다. BBC 방송은 그의 청렴성이 경제 안정 이외의 그 무엇을 갈구해 온 중산층의 표심을 사로잡았다고 분석했다. 부인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상원의원의 국민적 인기도 승리의 또 다른 견인차이다.
올 초 브라질 등에서 불어온 남미의 중도 좌파 열풍도 상당한 도움이 됐다.
그는 현 위기가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의 결과라며 신자유주의자 메넴을 비판하면서 국가의 개입과 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신(新)케인즈주의자를 자처하면서 기간산업국유화 지속, 부의 재분배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서방 언론은 이 때문에 그를 중도 좌파 성향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의 평가는 다르다. 현지 언론은 중도 좌파로 분류하기에는 개혁 성향이 약하다고 분석하면서 에두아르도 두알데 현 대통령처럼 안정 기조로 국가를 운영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키르흐네르가 해결해야 할 최대의 과제는 경제 위기이다.
6월로 만기가 도래하는 110억 달러의 채무는 긴급 이월된 상태이지만 1,600억 달러의 대외 부채를 상환하는 문제를 놓고 국제통화기금(IMF)과 협상해야 한다. 현지 분석가들은 선거 기간에 대외 채무 만기 연장과 이자율 인하 등 상당한 감액을 요구했던 그가 룰라 브라질 대통령처럼 당선 후 친서방적인 경제정책을 배합해 서방 자본을 안심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속을 드러내지 않는다 해서 서방 언론으로부터 '미스터 그레이(회색)'로 불리는 그는 또 대선 과정에서 만신창이로 분열된 페론당을 재건하는 과제도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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