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을 지칭한 'Easy Man'이라는 표현의 통역을 급히 정정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부시 대통령은 이날 회담을 마치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을 향해 "I have found the President to be an easy man to talk to"라고 말했다. 통역사가 "나는 노 대통령이 매우 이야기하기 '쉬운' 상대임을 느꼈다"고 영어사전을 읽듯이 곧이곧대로 통역했고, 방송 등에 그대로 보도됐다.
그러자 국내 시청자로부터 '쉽다'가 '만만하다'는 어감을 준다는 이유로 "해석이 잘못됐다"는 항의가 잇따랐으며, TV로 지켜보던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도 바로 현지 홍보팀에 정정을 지시했다. 통역은 이내 "저는 노 대통령을 대화하기 편안한 상대로 느꼈다"로 바뀌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없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의 공통된 견해"라고 못박기도 했다.
이쯤 되자 오히려 부시 대통령이 2001년 김대중 전대통령을 'this man'(이 사람)이라고 불러 논란을 일으켰던 것 때문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고려대 영문과 이건종 교수는 "'easy'에는 '다루기 쉽다', '만만하다'는 뜻도 있지만 '관대하다', '너그럽다', '편하다' 등 많은 의미가 있다"면서 "한마디로 긍정, 부정을 따질 필요가 없다"며 과민 반응을 꼬집었다.
실제로 이번 회담은 어느 때보다 편안한 대화 시간을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만찬장으로 이동하는 도중 회담 결과를 브리핑하고 사진촬영에 응한 것이나, 확대 정상회담에서 모두발언을 생략하고 환영사와 건배사 등으로 대체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공동성명에 대해서는 "이렇게 긴 적이 있었느냐"는 질문이 나올 정도였다. 미 2사단 재배치 등 쟁점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서 실무진의 조율 작업이 급속도로 진척돼 이례적으로 소제목으로 나뉜 A4용지 4쪽 분량의 성명이 마련됐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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