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5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만찬장으로 이동하기 앞서 백악관 로즈가든에 나란히 서서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을 "우리의 좋은 친구"라고 표현했고,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내가 신뢰하게 된 것이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소득"이라고 평가했다.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 자기 의견을 매우 명확하게 표현해 이해하기 쉬웠다"라며 "회담을 통해 노 대통령이 대화하기 편한 상대임을 느꼈다"라고 인상을 말했다. 노 대통령도 "부시 대통령은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걱정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라며 "짧은 시간에 아주 부드럽게 합의에 도달해 그를 설득하기 위해 많이 준비한 얘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의 회견은 CNN 등을 통해 생중계됐으며, 부시 대통령은 5분, 노 대통령은 4분가량 회견을 했다. 부시 대통령은 시종 웃음을 띠어 회담에 만족감을 표시하며 "나는 노 대통령에게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한다고 보장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말문을 열다가 목이 잠깐 잠기는 바람에 헛기침으로 호흡을 조절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자신감이 넘치는 자세로 오른 손을 써가면서 "방금 (부시 대통령의 발표에) 한가지 빠진 게 있다"며 "한미동맹관계가 앞으로도 50년간, 아니 그 이상 발전해 나갈 것에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회견을 마치고 만찬장으로 걸어가는 동안 한국기자가 소감을 묻자 "엄청 긴장하고 걱정했는데 걱정은 내려놓고 긴장은 풀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로즈가든에 부시 대통령이 외국 지도자와 함께 서는 것은 드문 일이며 당초 예정됐던 의전보다 등급이 격상된 것이라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노 대통령은 이어 미 연방의사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리차드 루가 상원 외교위원장으로부터 "부시와의 합의를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건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받았다. 노 대통령은 "나를 반미성향으로 보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촛불시위는 반미감정 표출이 아니라 SOFA 개정 요구가 그 내용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미 의회지도자들에게 "한국전 참전기념비와 알링턴 국립묘지를 보면서 한국이 미국의 도움으로 건국되고 유지돼 왔음을 확인했다"면서 "한국은 미국의 이상과 제도, 협력이 가장 성공적으로 꽃피운 나라"라고 말해 방미후 미국 예찬론을 이어갔다.
/워싱턴=고태성기자 tsgo@hk.co.kr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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