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13일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발생한 연쇄 차량 자살폭탄 테러가 세계를 다시 테러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알 카에다의 반격?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의 외국인 거주단지 3곳과 미국 기업 건물 등 4곳에서 발생한 이번 테러는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수부대의 작전을 연상케 할 정도로 치밀하게 진행됐으며, 범행 대상도 사전에 철저하게 연구한 흔적이 보인다. 수법 등이 전형적인 알 카에다식이라는 것이다.
또 하루 전날 범행을 예고한 이메일이 알 카에다 간부 아부 모하메드 알 아브라지 이름으로 한 아랍어 잡지에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사우디 당국도 테러 2주 전에 이미 조짐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뉴욕 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이번 참사는 이라크 전쟁 이후 최초의 대규모 테러라는 점에서 알 카에다의 본격적인 반격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미국이 거의 궤멸시켰다고 주장한 알 카에다 조직이 건재하다는 것을 과시한 이벤트성 테러로도 설명하고 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알 카에다가 재건돼 9·11 테러 이전과 마찬가지로 위험하고도 교활한 방법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CNN 방송은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여러 추가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보도했다.
응징 다짐한 미국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알 카에다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다짐했다.
그는 13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연설을 통해 테러리스트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거나 그들을 은닉·비호할 경우 누구든지 테러리스트로 간주해 반드시 응징할 것이라고 재천명했다. 미국에 대한 위협에 대해 선제공격도 불사한다는 부시 독트린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이라크 전쟁 이후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여론에 고민했던 부시 대통령은 이번 테러로 오히려 힘을 얻는 듯한 모습이다.
국제사회도 분노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 강행을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을 빚었던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 등도 테러 근절을 위해 미국과 연대할 것을 다짐하고 나섰다.
테러와의 전쟁, 그 험난한 길
관심의 초점은 다시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테러와의 전쟁의 양상이다.
미국은 이라크전 이후 대테러전을 명분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무력을 사용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은 전시 지도자의 이미지로 재선을 노리는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또 다른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테러전의 전망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테러가 빈 라덴의 지휘가 없어도 알 카에다가 광범위한 장소에서 테러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아랍권의 알 카에다에 대한 지원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 등은 미국의 대테러전이 한층 어려워지고 장기화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미국의 대테러전이 증오와 테러를 다시 부추기는 악순환을 불러올 가능성도 크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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