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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00>鄭芝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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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00>鄭芝溶

입력
2003.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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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년 5월15일 시인 정지용이 충북 옥천에서 태어났다. 1950년 몰(沒). 정지용은 1930년대 시문학의 정점에 있었던 시인이다. 정지용에 이르러서야 한국 근대시는 한탄이나 눈물 같은 파토스의 과잉을 벗어나 절제의 미학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는 소리의 떨림보다는 이미지의 넘나듦에 민감한 모더니스트였지만, 그 모더니즘의 언어적 질료는 전통적 서정과 분리될 수 없는 토착어였다. 친숙한 언어들을 솜씨 좋게 배열해 감각의 낯선 경지를 열어보임으로써 정지용은 한국 시를 진정한 '언어의 미술'로 만들었다.정지용은 또 재능의 발견자이기도 했다. 그는 '가톨릭 청년'의 편집고문으로 있던 1933년 이 잡지를 통해 이상을 시단에 등장시켰고, '문장'의 시 부문을 담당하던 1939년에는 뒷날 청록파(靑鹿派)라고 불리게 될 조지훈·박두진·박목월을 등단시켰다. 해방기의 이념적 방황 끝에 6·25 동란 초 행적이 끊긴 이래 정지용이라는 이름과 그의 시는 오래도록 남쪽 문단에서 사라졌다가, 제6공화국이 출범한 뒤에야 해금되었다. 1989년 시와시학사(社)는 그의 문학 업적을 기려 정지용문학상을 제정했다.

'유리창 1'은 정지용의 가장 잘 알려진 시 가운데 하나다. 어린 자식을 폐렴으로 잃은 뒤 썼다는 이 시에서도, 마지막 행의 탄식을 빼면, 슬픔은 귀족적 기품으로 단아하다. 그는 천생 우익 시인이었다.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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