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 입고,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면서 아내에게는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목걸이를 선물하는 남자. 정우성에게 물었다. “대체 그 CF의 주인공 직업은?”. 그가 답했다. “직업이 없죠. 앗, 이러면 광고주가 싫어하는데.” 94년 ‘구미호’ 이후 7편의 영화에 출연. ‘비트’ ‘태양은 없다’ 이후‘유령’ ‘러브’ ‘무사’ 등 잇달아 영화에 실패했으나 신용카드 의류음료 등 전방위에 걸쳐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CF 스타.다음은 몇몇 영화배우와 CF의 상관관계.
차승원. ‘신라의 달밤’, ‘라이터를 켜라’, ‘광복절 특사’. ‘선생김봉두’ 등 4편의 영화로 어림잡아 1,0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았다. 그가 한 통신서비스 CF에 얼굴을 내밀었다. 예전에는 의류 모델로도 각광을 받았지만 영화에 전념한 이후 오히려 CF가 줄었다. 인상이 너무 강렬하기 때문. 새 CF에서도 ‘라이터…’의 주인공처럼 조직 폭력배 인상이강하다.
차인표. ‘닥터 K’, ‘아이언 팜’, ‘보리울의 여름’ 등 세 편을 합쳐야 차승원의 영화 한 편에도 관객수가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양복을 비롯, 은행, 건설사, 생활용품 등 현재 자주 방송되는 CF만 5편이 훌쩍 넘는다. 차인표는 자원 입대, ‘007 어나더데이’ 출연 거부 등 ‘애국적’ 이미지가 커 높은 신뢰도를 요구하는 CF의 낙점 1순위에 늘 올라있다. CF에서는 이상적 아저씨 상이다.
송강호. ‘반칙왕’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살인의추억’. 그러나 소주와 칵테일로 마시는 술과 로또 복권이 그의 CF 대표작. CF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에서의 인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몇 명을 예로 들어보면 결론은 ‘CF와 영화 흥행과는 상관 관계가 거의 없다’는 게 된다. 그래도 이들 배우들의 CF에 대한 입장은 좀 솔직한 편이다. “CF로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다”(정우성)거나 “다른 돈 걱정 안하고 연기를 충실히 할 수 있다”(송강호)거나.
그나마 영화도 CF도 열심히 하는 배우는 나은 편이다. 자신을 키운 영화에 등을 돌린 배우들에 대해 관객들은 갈증이 난다. TV만 켜면 쉴 새 없이 나오는 한 여배우. 2년 여 영화가 뜸한 것은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어서”라는이유에서다.
수많은 시나리오보다 “○○가 아침을 엽니다”라며 러닝머신으로 운동을하는 CF, “○○이는 머리결이 참 좋아”라고 감탄하는 샴푸 CF, 문 두 짝짜리 냉장고 CF가 영화보다 작품성이 낫다는 얘기? ‘영화 대신 CF에만 너무 출연한다는 비난을 받아온 한 여배우가…CF에 또 출연한답니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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