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역시 BJR(배째라)이 BDR(법대로)을 이기는 모양이군요.'화물연대 파업으로 지난 주말부터 매일 수 십 억원의 피해를 보고 있는 한 대기업 간부가 정부를 원망하며 던진 말이다. 그는 '하루 수출 피해가 2억달러에 달하건 말건 우리가 알 바 아니다'라는 화물연대의 막무가내식 파업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법대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바람에 그 피해는 기업들이 뒤집어 쓰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로 정부가 겉으로는 엄정대응을 외치지만, 화물연대의 전면파업 앞에 무력함을 드러낸 지 이미 오래다. 노동부는 자영업자인 지입차주들의 모임인 화물연대가 노동조합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노동부 국장을 협상 테이블에 내보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화물연대의 불공정 하도급계약은 개인의 사적계약으로 공정거래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며, 오히려 그들의 단체행동이 불법담합과 제3자 사업방해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라는 사실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산업자원부도 겉으로는 '수출기업 다 죽는다'고 외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사태의 피해자인 철강업체나 중소 수출업체를 모아놓고 화물운임을 인상해 줄 것을 종용하고 있다.
이들 부처는 중심 없이 흔들리는 정부의 무력한 대응에 대해 "사태가 워낙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건설교통부(화물유통촉진법 등 3개), 산자부(유통산업발전법), 해양수산부(항만법·관세법) 등 6개 부처가 10개 법률을 통해 제각기 물류산업에 입김을 행사, 문제를 복잡하게 한 점은 밝히지 않고 있다.
6년전 외환위기 때 외국신문이 무분별한 집단 이기주의가 한국경제에 파국을 가져왔다며 만들어낸 'BJR'이 다시 한국경제의 숨통을 죄고 있다.
조철환 경제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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