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 닐슨 글·안나 클라라 티드홀름 그림 느림보 발행·8,500원·초등 저학년 이하용
"머핀 아저씨, 나는 너무 슬퍼요. 아빠가 기니 피그는 나이가 들면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고 그랬거든요."
스웨덴 그림책 '내 작은 친구, 머핀!'은 어린 소녀의 눈을 통해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파란 종이 상자 집에 사는 머핀 아저씨는 기니 피그. '모르모트'라고도 부르는, 꼬리 없는 쥐 종류다. 일곱 살인 머핀 아저씨는 늙어서 기운이 없다. 젊을 때는 힘이 세서 커다란 오이를 통째로 나를 수도 있었는데! '밤처럼 새까맸지만 대낮처럼 아름다웠던' 예쁜 아내 빅토리아는 오래 전 꽃 향기를 맡다가 벌에 쏘여 죽었고, 털이 복슬복슬한 귀여운 새끼 여섯 마리는 모두 결혼해서 떠났다. 머핀 아저씨는 행복했던 옛날을 생각하며 쓸쓸해 한다.
아파서 꼼짝 못하는 머핀 아저씨에게 소녀는 편지를 쓴다. "아빠가 그러는데 죽는 게 그렇게 나쁜 건 아니래요. 깊은 잠이 들어 아픈 게 다 없어진대요. 모든 사람은 다 죽는대요. 나도 아빠도요. 머핀 아저씨가 죽으면 아저씨의 엄마랑 아내도 다시 만나겠지요?"
머핀 아저씨는 죽어서 뒷마당에 묻힌다. 좋아하던 민들레꽃과 아몬드, 오이조각에 둘러싸여 작은 상자 안에 누운 채. 머핀 아저씨의 장례식에서 아이들은 울먹이면서 '생일 축하 합니다' 노래를 부른다. 아는 노래가 그것 뿐이기 때문에.
죽음을 말하면서도 이 책은 두려움을 일으키거나 어둡지 않다. 병들어 죽는 과정, 죽으면 몸이 뻣뻣해지는 것, 땅에 묻히는 것,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슬픔을 자연스럽게 설명하고 있다.
위트 넘치는 글과 부드러운 색채와 필치의 그림은 따뜻하게 마음에 스며든다. 다 읽고 나면, 그리운 머핀 아저씨 생각에 한숨이 날지도 모르지만.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