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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 지독했지만 행복한 "夜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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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 지독했지만 행복한 "夜讀"

입력
2003.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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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반의 직장 여성입니다. 누군가에게 내가 해낸 일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별 일 아닐 수 있지만 제겐 큰 일이었고 자랑거리이거든요.집안 형편 때문에 상업고교를 졸업하고 이런 저런 일을 하다가 경북 구미시의 어느 전자회사에 취직했습니다. 요즘 대기업이 다 그렇듯이 나도 2년 계약직으로 입사했습니다. 그 2년이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더군요. 회사는 재계약 여부를 물어왔습니다.

당시 막연하게 내가 뒤져있다고 생각하고 재계약을 주저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집에 배달돼온 신문에서 어느 대기업 사장이 야간대학을 나와 성공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재계약해 계속 일하는 것이 쉬운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재계약하면 연봉은 조금 많아지지만 일도 많아져 내 시간을 갖기 어렵게 됩니다.

결심을 굳히고 야간대학의 디자인학부에 들어가 늦깎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직장도 일부러 대학에서 가까운 곳으로 옮겼습니다. 보수가 줄었고 학업과 일을 동시에 해야 했기에 하루하루가 쉽지 않았습니다. 학교에 가니 제가 '언니'이더군요. 컴퓨터를 다루는 학부여서 나이 많은 학생이 드물었습니다.

지난해 겨울이던가요. 기말고사를 앞두고 공부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깨어보니 온돌방이 너무 뜨거워 허벅지가 지글지글 타고 있더군요. 얼마나 피곤했던지 그 뜨거운 것을 모르고 잠이 곤히 들었던 겁니다. 불에 덴 자국은 쉽게 지워지지도 않는군요. 지금도 흉터자국을 볼 때마다 내가 몹시 힘든 시기를 보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 강의는 오후 6시에 시작하기때문에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밤 10시가 되어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면 무언가를 얻었다는 성취감에 콧노래가 나오곤 했습니다. 그렇게 공부하며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언니, 지독하다"는 말을 격려로 생각하며 지냈습니다.

직접 해본 경험으로 야간대학은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늦게나마 공부하는 재미도 깨달았습니다. 이제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할까 생각 중입니다.

힘든 공부였지만 좋은 인연도 맺었습니다. 이 곳에서 평생 배필을 만나 올 가을에 백년가약을 맺는답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 보다는 운명과 맞서 싸우는 것이 건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상미·경북 구미시 고아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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