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의 입김이 어른거리는 가운데 제56회 칸 영화제가 14일 오후(현지시각) 개막작인 제라르 크라브지크 감독의 '팡팡 라 튤립'으로 12일 동안의 축제 서막을 열었다. '팡팡…'은 18세기 배경의 유쾌한 시대극으로 프랑스 영화가 개막작으로 상영되는 것은 1997년 뤽 베송의 '제5원소' 이후 처음이다. 관객들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장편 경쟁 부문엔 13개국 20편의 작품이 초청됐다.경쟁 부문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거장급 작품은 영국 감독 피터 그리너웨이의 '모압 스토리', 감독 겸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미스틱 리버', 덴마크 감독 라스 폰 트리에의 '도그빌', 프랑소와 오종의 '스위밍 풀',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아버지와 아들', 사미라 마흐발바프의 '오후의 5시', 구스 반 산트의 '코끼리' 등이다. 프랑스 영화는 가장 많은 6편을 진출 시켰다.
지난해 감독상을 배출한 우리나라 영화가 본선에 한 편도 진출하지 못한 것을 비롯, 왕자웨이의 '2046', 코엔 형제의 '참을 수 없는 잔인함',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삼부작 1', 잉그마르 베리만의 '사라반드', 에밀 쿠스투리차의 '인생의 기적' 등 주요 경쟁작 후보들이 출품 마감시한을 넘겨 칸에 입성하지 못했다.
경쟁부문 상영작과 개·폐막작 못지않게 칸을 달구고 있는 것은 비경쟁 공식초청 부문으로 칸을 방문한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2―리로디드'다. 이밖에 사망 10주기를 맞은 이탈리아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회고전을 비롯, 프랑스 영화배우 잔 모로, 최근 세상을 떠난 프랑스 감독 모리스 피알라 회고전도 마련됐다.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은 파트리스 셰로이며 단편영화 심사위원장과 황금카메라상 심사위원장은 각각 에밀 쿠스트리차와 빔 벤더스가 맡는다. 개·폐막식 사회자는 모니카 벨루치이며 심사위원 멕 라이언,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니컬 키드먼, 제임스 카메론 등이 칸을 찾을 예정이다. 폐막작은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복원판이 선정됐다.
한국 영화는 신상옥 감독의 '상록수'(회고전)와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국제비평가협회상 수상작 특별상영), 비평가 주간에 '굿 나이트'(전선영) 감독 주간에 '사연'(死緣)(박종우) 시네파운데이션에 '원더풀 데이'(김현필)가 비경쟁 부문에 초대 받았다. 홍콩감독 유릭와이의 '올 투모로스 파티'(주목할만한 시선)에서 주연을 맡은 조용원이 공식 스크리닝에 참가하며,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은 '오아시스'의 감독 자격으로 칸을 찾는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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