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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포커스/"국민소주" 앞날은

입력
2003.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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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역사를 지닌 국민기업 진로(주)가 존폐 위기에 처했다.서울지법 파산부(변동걸 부장판사)는 14일 골드만삭스의 자회사인 세나인베스트먼트가 지난 달 3일 제출한 신청을 받아들여 진로(주)에 대해 법정관리(회사정리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진로가 주장하는 외자유치 규모, 시기 등에 대한 근거 자료가 없고, 외자유치가 성공해도 화의 상태를 계속하는 것이 채권자의 일반이익에 부합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진로(주)의 경영권은 법원이 선정한 법정 관리인인 이원(李元) 전 현대아산개성사업단장에게 넘어가게 된다. 이 법정관리인은 경영 실사 등 기업가치를 평가한 뒤 채권단과의 협의를 통해 진로(주)의 매각이나 회생 등 운명을 결정한다. 법정관리 기업의 경우 인수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감자(減資)나 지분 소각을 하는 것이 관례여서 사주인 장진호(51) 회장은 사실상 경영권을 상실할 전망이다.

장 회장을 비롯한 현 진로(주) 경영진과 노조측은 법정관리에 강하게 반발, 항고할 방침이지만, 순수히 '법의 논리'에 따라 나온 이번 결정이 번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법정관리 결정으로 진로(주)측이 제시했던 외자 유치가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진로는 제3자 매각쪽으로 처리될 공산이 크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말 진로(주)의 기업가치는 진로측의 주장보다 높은 2조3,000억원이라며, 법정관리가 될 경우 6∼7월중 채권자확정과 공개 매각 주간사 선정을 거쳐 10월까지 신주발행과 외부자금 유입을 통한 채무변제 등 회사정리 시한까지 발표한 바 있다.

진로(주)가 시장에 나올 경우 국내외에서 인수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진로는 1998년 화의 결정이 난 이후에도 꾸준한 경영실적을 보여왔다. 특히 진로(주)는 증류주 시장 부문 세계 1위 기업이라는 프리미엄 때문에 외국 주류 업체들까지 군침을 흘리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 중에는 오래 전부터 소주사업 진출을 꾀해온 롯데그룹과 한때 진로와 소주시장 경쟁을 했던 두산그룹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진로의 공개 매각은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 진로(주) 경영진과 노조, 주류도매상, 그리고 골드만삭스를 제외한 다수의 채권자들이 법원의 결정에 불복의사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진로측 관계자들은 법정관리인의 출근 저지, 조업 중단, 법원 항의 방문, 거리 시위 등 전사적 강경 투쟁 의지를 밝히고 있다. 현재 공장 노조원들의 서울 상경으로 '참이슬' 생산이 중단됐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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