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의사와 함께하는 건강관리]전립선 비대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의사와 함께하는 건강관리]전립선 비대증

입력
2003.05.15 00:00
0 0

노인이 되면 으레 밤중 한두번쯤 깨어 소변 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배뇨 장애를 일으키는 전립선 비대증은 사실상 50대 남성의 절반이 겪을 정도로 흔하다. 그러나 최근 약물과 수술법이 다양하게 개발돼 이 같은 불편을 극복할 여지가 많다. 약은 끊을 수 없고 수술은 마취와 부작용 등 단점이 있으나, 노년기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는 것. 질병으로 보지 않아 치료를 소홀히 하는 인식이 문제라는 의미에서 비뇨기과개원의협의회는 전립선과 크기가 비슷한 호두알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고대안암병원 비뇨기과 천준 교수는 23일 오후2시 성북노인종합복지관(02-292-4662)에서, 여의도성모병원 비뇨기과 조용현 교수는 6월3일 오후1시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02-2068-0075)에서 전립선 비대증 강좌와 무료 검진을 실시한다.

■ 예방·관리법

남성의 내부생식기관중에 전립선이라는 조직이 있다. 해부학적으로 방광에서 소변을 배출시키는 요도의 시작 부위를 둘러싸고 있어 항문의 앞쪽이 되니 항문에 손가락을 넣으면 만질 수 있는 유일한 내부조직이다. 크기래야 약 15∼18㏄로 메추리알 정도이다. 정액의 통로이기도 하고 정자의 운동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아직도 베일에 가려진 부분이 더 많다.

전립선 커지면 요도 압박 문제는 요도를 싸고 있다 보니 질병이 생기면 우선 요도를 압박하게 되어 여러 가지 배뇨장애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질병이 전립선비대증이다.

메추리알만한 조직이 달걀에서 오리알 크기로 자라면, 15㎤에서 30㎤, 100㎤ 용적으로 비대해져 요도를 조이는 정도가 더 심하게 된다. 우선 조여진 요도를 통해 소변을 내보내자니 한참 뜸을 들여야 되고 힘을 주어야 배뇨가 된다. 심하면 앉아서 누어야 된다. 그나마 소변줄기가 가늘고 약해져서 고장 난 수도가 따로 없다. 소변을 누어도 다 내보내질 못하니 도무지 시원치 않고 횟수가 늘어나 밤에도 서너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리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소변이 마렵다 하면 급하게 되어 때론 화장실 가기 전에 실례하기도 한다. 배뇨가 끝났다고 내복을 올렸는데도 몇 방울 주르륵이다.

그런데 문제는 60세 이상 남성의 60%, 70세 이상 70%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이병으로 고생을 한다는 사실이다. 단일 질병으로 이렇게 빈도가 높은 질병은 없다. 통계적인 의미로만 본다면 지금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사스(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의 빈도와는 비교가 안 된다.

자가진단과 전문 진단법 노인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치매와 함께 전립선비대증은 노년의 삶을 파괴하는 대표적 질병으로 간주되었고, 세계보건기구(WHO)도 팔을 걷어 국제비뇨기과학회(SIU)와 함께 이 질병에 대한 연구와 계몽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첫번째 성과는 배뇨장애를 국제적으로 규격화한 국제전립선증상점수표(IPSS)이다.<표 참조> 1∼7문항의 합산점수로 환자의 증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약물치료나 수술요법의 선택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마지막 항은 삶의 질을 표시한다.

전문의라면 증상과 항문을 통한 촉진만으로 진단이 가능하지만 최근에는 경직장초음파 촬영으로 전립선의 크기를 정확히 숫자로 나타낼 수 있을 정도로 진단법이 발전했다.

빈도가 높다 보니 이 질병이 차지하는 시장규모가 워낙 커서(미국의 경우 약 150억달러) 엄청난 연구개발 투자가 이루어졌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립선 적출수술에 의존하였지만 광학, 전자공학, 생명공학의 발전과 비뇨기과 의사들의 노력으로 입원기간이 짧고 덜 고생하며 경제적인, 다양한 내시경 시술로 바뀌었다.

전기절제술, 온열요법, 레이저 소작술, 온도기억 소재를 이용한 요도확장술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제약회사도 좁아진 요도를 열어주는 약제, 전립선 크기를 줄이거나 비대를 멈추게 하는 약들, 방광을 편하게 이완시키는 약들을 속속 개발했다. 수술요법을 밀어낼 정도로 효과도 그만이다.

예방·관리법 사실 질병을 스스로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자기관리 지침 몇 가지를 소개한다. 가정요법의 최고는 온좌욕이다. 40∼42℃ 온수로 아침, 저녁 3, 4분간 좌욕을 한다. 과음이나 피린계 감기약은 피한다. 바둑을 두거나 화투를 치며 장시간 앉아있어야 할 경우, 장거리 운전 및 비행을 한 경우 수시로 맨손체조를 한다. 자전거, 승마는 피한다. 야간 빈뇨가 심하면 저녁식사 후 수분섭취는 최소량으로 줄인다. 적당한 운동, 채식, 체중조절은 기본이다.

체념의 철학에 젖은 우리네 어르신네들에게 한마디 한다. 전립선비대증은 결코 늙어서, 양기가 부족해서 오는 증상이 아니라 엄연한 질병이며, 제대로만 치료하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질병이다.

권성원 이대동대문병원 비뇨기과 교수 한국전립선관리협회 회장

■ 치료법

전립선비대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1% 미만이다. 따라서 치료만 받을 수 있다면 생명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다. 전립선비대증 치료의 목표는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다.

비대된 전립선의 치료는 기본적으로 전립선 크기를 줄이거나 요도에 대한 압박을 완화시키는 것이다. 치료방법은 매우 다양한데 환자의 상태 즉 전립선, 방광상태, 증상 정도, 나이와 선호도에 따라 결정한다. 증상이 약한 환자는 주의관찰과 함께 장기적인 추적을 한다. 이러한 진단을 받은 환자는 앞으로 전립선비대증에 의해서 배뇨상태가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주지해야 하고 저녁시간에 과다한 음료섭취를 피해야 하며 연 1∼2회 전립선특이항원, 혈액, 소변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약물요법 증상이 가볍거나 중등도인 경우 일차적으로 약물요법을 고려한다. 약 70%의 환자에서 일차 치료로 사용되고 있다. 가장 널리 쓰이는 약은 전립선 요도를 확장시켜 배뇨를 수월하게 하는 선택적 알파차단제이다. 여기에는 독사조신(카두라), 테라조신(하이트린) 등이 있다. 전립선의 크기를 줄여서 배뇨를 돕는 약제로는 피나스터라이드(프로스카), 두타스터라이트, 세레노아 레펜스(퍼믹손) 등이 있다.

그러나 급성요폐(尿閉·배뇨하려해도 배뇨할 수 없는 증상), 신부전증, 심한 혈뇨, 방광결석이 동반된 경우 약물요법이 부적절하다. 약을 끊으면 대부분 재발하므로 계속 복용해야 하며 복용량은 증상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수술적 요법 약물치료가 듣지 않거나, 요로감염과 출혈이 반복될 때, 잔뇨가 너무 많을 때, 급·만성 요폐로 소변이 아예 안 나오는 경우, 신기능이 저하된 경우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은 부작용에 다소 둔감해지는 60세 이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술 전 소변검사, 혈액검사, 직장수지검사, 요속검사, 잔뇨검사, 전립선초음파검사 등이 필요하다. 요즘은 요도에 내시경을 밀어넣어 전기로 부은 부위를 잘라내는 '경요도 전립선절제술'을 많이 시술한다. 전체 전립선 수술의 약 95%를 차지한다. 수술을 받으면 모세혈관이 터져 며칠간 피가 나지만 곧 아물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시술은 전립선 비대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 즉 중엽의 비대가 없고, 방광경부가 높은 위치에 있는 비교적 작은 전립선일 경우에만 적용된다.

증세가 아주 심하면 개복 수술을 받아야 한다.'개복 전립선적출술'은 아랫배를 절개하여 전립선 피막을 절개해 손가락으로 선종을 적출하거나 방광을 절개해 이를 통해 전립선을 적출한다.

수술 후 재발률은 약 10%다. 커진 전립선을 불완전하게 절제하거나, 방광기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 당뇨병 파킨슨병을 앓거나 직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는 수술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

최소침습 요법 최소침습적 치료법(Minimally Invasive Therapy·MIT)은 종래의 수술적 방법보다 안전하나 효과는 떨어진다. 수술이 필요하나 신체적인 조건이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 우선 선택할 수 있다. 마취를 시행할 수 있다면 효과면에서 수술적 치료에 비해 권유할만한 방법이 못 되며 비용이 고가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단 전립선 절제술의 부작용인 역행성사정, 발기문제, 전립선부 요도의 손상, 수술 후 출혈, 긴 입원기간 등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튜브를 꽂아 특수한 주파수의 열을 보내 부은 부위를 골라 태우는 '경요도 고주파 침소작술'은 국소마취로 가능하고, 초기 임상결과 효과도 비교적 우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전립선 중엽이 비대하거나 전립선 크기가 큰 경우엔 적용에 한계가 있다.

고주파나 극초단파를 이용한 온열요법의 효과는 약물요법과 전립선 절제술의 중간정도로 평가되나 1년 이상 유지되기가 힘들다. 장기 추적 결과는 보고자에 따라 차이가 많다. 여러 종류의 레이저를 이용한 '레이저 전립선소작술'은 일반적으로 출혈이 적고, 입원기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으나, 시술시간과 요로 자극 증상이 길며 조직진단이 어렵다.

김청수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