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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넘칠 자유"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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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넘칠 자유"에 대하여

입력
2003.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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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국민정당 대표 김원웅 의원의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맑고 시원한 샘물처럼 신선한 정치인', '지역주의를 넘어 개혁과 통합의 시대로'라는 문구가 차례로 뜬다. 이 두 '광고문'은 김 의원의 최근 행보를 우아하게 요약하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을 뛰쳐나와 개혁당 대표가 된 김 의원은 개혁의 전도사를 자임하며 지역주의 청산을 새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지역주의 정당' 민주당의 해체를 기회 있을 때마다 되뇐다. 있을 수 있는 견해다. 다만, 자신이 지역주의 해소를 위해 그간 무슨 일을 해왔는지, 군사 파쇼 정권의 둥지였던 공화당과 민정당에서 긴 세월 당료로 일한 경력이 '맑고 시원한 샘물 정치인'의 과격한 개혁주의와 얼마나 어울리는지를 김 의원이 한 번쯤 돌이켜보았으면 좋겠다. 말하자면 그의 언행들은 좀 '넘친다.'그러나 좀 넘친다는 것, 그래서 보는 이의 미감을 거스른다는 것이 범죄는 아니니, 그것을 물리적으로 제재할 수는 없다. 사실, 다소의 넘침에 대한 관용은 민주주의의 밑바탕을 이루는 원리다. 게다가 넘침으로써 사람들의 미감을 거스르는 이가 어찌 김 의원 한 사람뿐이겠는가? 노무현 대통령의 비판자들은 후보 시절 이래 그의 언행이 너무 자주 넘친다고 눈살을 찌푸릴 것이다. 이 칼럼 역시 보는 이에 따라서 넘칠지 모른다. 일관성의 결여를 두고 탓하더라도, 김 의원을 재야 단체나 민중당에서 지금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으로 들어가 극우 선동의 선봉에 선 이들과 비교할 수는 없을 터이다. 그 사람들 가운데는 1980년대 노동운동을 극좌 편향으로 이끄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이도 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긴 하지만, 이 정도의 넘침도 웃어넘기는 것이 민주주의다.

엄격한 신원 조회 없이는 임용될 수 없는 대한민국 판사와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출신의 국정원장과 국정원 기조실장을 '친북 좌파'로 몰아세우는 일부 정치인·언론인들도 넘침에서 뒤지지 않는다. 이들의 언행에는 명예훼손의 기미까지 있지만, 민주주의 좋은 게 뭔가, 관용으로 넘겨야 할 터이다. 김대중 정부 이래 지금까지, 매달 발행인이나 편집장의 칼럼을 통해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합법적 정부를 대한민국의 정통성 바깥으로 몰아내려고 분투해온 월간지들도 있다. 자신들이 백안시해온 민주주의 덕분에 허용된 표현의 자유 공간을 악용해, 민주주의 정부의 전복을 꾀하는 사람들 말이다. 사실 이들의 넘침에는 관용의 한계를 넘어선, 내란 선동·선전의 혐의가 어른거린다. 그러나 이런 무시무시한 범죄를 다룰 때는 행위자들의 의도를 되도록 선의로 해석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다. 그러니 이것도 넘어가자. 민주주의, 정말 좋다.

그렇다면 한총련은? 나는 이 단체의 젊은이들이 북한 체제에 다소라도 호의적인지 어쩐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아무런 희망이 없는, 추악하기 이를 데 없는 정권에 대해 이들이 어느 정도 호의적이라 하더라도, 이들의 어리석음을 '넘침'으로 탓할 망정 잡아가둘 일은 아니다. 이들의 존재는, 제 인민도 먹여 살리지 못하는 북의 한심한 정권이 그렇듯, 대한민국에 무슨 위협이 되기엔 너무 왜소하다. 한총련이 곧 깃발을 내리고 새 조직이 만들어질 모양이다. 차제에 사직당국도 이 젊은이들의 수배를 해제하고, 앞으로는 학생운동이 폭력에 연루되지 않는 한 그들이 제멋대로 놀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좋겠다.

만약에 사직당국이 그래도 학생운동에 대한 관심을 접기 힘들다면, 적어도 그 만큼의 관심을 몇몇 매체의 극우 선동가들에게도 쏟는 것이 형평에 맞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국가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정녕 위협하는 세력은 한 움큼의 철없는 좌파 학생들이 아니라 자본과 물리력을 동원할 수 있는 극우 커넥션이기 때문이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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