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 뿐인데요…"서울 영란여자정보산업고 송옥자(宋玉子·59·여) 교장의 교육철학은 교사와 학생이 서로를 믿고 따르는 신뢰에서 출발한다. 학생들을 당당하고 실력있는 사회인으로 길러내는 데 한 평생을 바친 송 교장의 노력은 실업고로서는 최고 수준인 평균 99.5%의 출석율과 100% 가까운 취업률로 결실을 맺었다. "학생들이 '선생님들은 우리를 숫자로 보지 않아요'라고 말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간의 믿음이 훌륭한 학교를 만드는 가장 큰 힘인 셈이지요."
47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교장직에 오른 송 교장은 합리적이고 창의적인 학교 운영으로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실업학교로 바꿔놓는데 성공했다. 공원을 연상케하는 아늑한 학교 환경, 최첨단 교육시설, 다양한 대외활동 등 학생들을 먼저 생각하는 교육 방침은 수십 차례의 우수 학교 표창으로 이어졌다. 또 동료 교사들과 함께 사비를 털어 장학금을 마련하는 등 장학기금 조성에도 남다른 의욕을 보이고있다. 지난 해 전교생의 절반 이상인 616명에게 총 7억원의 학비가 지원됐다.
"아이들을 밝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는 소신을 갖고있는 송 교장은 인성 및 적성교육에 혼신을 쏟았다. 개교 때부터 매주 토요일 담임교사와 함께 고아원 양로원 등 불우이웃시설을 방문하고있다.
그는 "학생들이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며 더욱 성숙해가는 것 같다"며 봉사활동 예찬론을 펴기도했다. 특기 적성교육을 독려한 덕에 미술 디자인 등산 댄스 등 각종 대외 활동에서 수 차례 대상을 휩쓰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송 교장의 섬세한 '학교사랑, 제자사랑'은 교정 내 보이지 않는 곳곳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알뜰한 학교살림으로 전교생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교내 식당을 최근 신축한 데 이어 최첨단 전산교육시설을 마련, 학생들이 질 높은 최신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민주적인 학교운영도 동료 교사들로부터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적어도 이 학교에는 '교단 갈등'이 없다. "회의와 토론을 통해 평교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게 가족과 같은 교무실 분위기를 만든 것 같다"는게 송 교장의 설명.
"20여년 전 둘째 아들을 잃고 절망에 빠져있을 때 어머니가 '학교에 가면 수천명의 자식이 있는데 하나를 잃고 뭘 그렇게 슬퍼하냐'며 오히려 질책하시더군요. 자식을 기르는 심정으로 학생들을 대하고 있습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