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나운서로 있다 2000년 프리랜서로 독립하며 경제적으로 조금 나아졌어요. 여유가 생긴 만큼 사회에 더 보탬이 되기 위해 힘 닿는 대로 노력할 생각입니다."오래 전부터 꾸준한 사회 참여활동으로 좋은 평판을 받아온 방송인 진양혜(35)씨는 14일 "좋은 일 많이 한다면서요"라는 인사에 손사래부터 쳤다. 당연히 할 일이란다.
진씨는 한국일보와 한국여성재단이 5월 한달 동안 함께 하는 '딸들에게 희망을 주는 100인 기부 릴레이' 행사 발대식에서 남편 손범수씨와 함께 '손범수·진양혜 기금'으로 1,000만원을 출연했다. 진씨는 별도로 김수환 추기경이 '이끔이'로 시작한 줄의 2번 주자로 자원, 기부 릴레이에도 참여했다. 진씨는 영화배우 김보성씨와 함께 여성재단의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2000년 '북한 어린이 돕기 패션쇼'의 사회를 맡으며 시작한 여성재단과의 인연이 3년째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성 문제에 대한 관심은 진씨의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성 리더십'을 강조하는 모교 이화여대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본격적인 관심은 입사 2년 만에 첫 아들 찬호를 낳아 '엄마'가 된 후부터다. "여자지만 족보에도 올라갔고 집에서도 차별 받지 않고 자란 편이었는데 막상 '애 엄마'가 된 뒤의 직장생활은 만만치가 않더군요. 선배 아나운서들로부터 '한때는 시집 가면 공공연하게 책상 치우는 분위기였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결혼 후 남편에게로 호적을 옮기면서 남성 우월적 가족제도에 대한 낭패감도 느꼈다.
진씨가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없도록 돼있는 여러 구조적 문제와 편견이다. 진씨는 "제도적 문제는 물론 일상적 문화도 여전히 여성에게 불평등할 뿐더러 호의적이지도 않다"며 "직업을 가지고 남자와 똑같이 경제 활동을 하던 어머니는 여자라는 이유로 제사 때마다 당연하다는 듯이 밤새 모든 일을 떠맡아 했다"고 말했다.
여성문제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진씨였지만 남편 얘기에는 금세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남편이 남녀 성역할에 대한 편견도 없고 같은 업종 종사자로서 자신의 고충을 이해해 주는 훌륭한 파트너라고 한껏 치켜세웠다. 진씨 부부는 앞서 1999년 여성신문사가 주는 '명예 평등 부부상'을 받기도 했다.
진씨는 현재 찬호(9) 찬유(3) 두 아들의 엄마다. 그는 '손범수·진양혜 기금'이 여성재단의 사업 중에도 특히 어머니가 없는 가정의 아이들을 돕는데 쓰이길 희망했다. "저나 남편이 부모님의 영향을 받고 자랐듯이 우리 부부가 기금을 잘 가꾸면 아이들도 결국 우리 모습을 보고 뭔가 배우겠죠." 두 아들에게 이웃사랑을 실천으로 보여주겠다는 바람이다. 진씨는 "목돈이 생길 때만 기부하지 않고 기부를 일상화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일도 열심히 하고 돈도 많이 벌어야 겠죠?"라며 환히 웃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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