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개인 신용불량자 수가 300만 명에 육박,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 근본적 대책마련을 지시함에 따라 신용불량자 등록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그러나 금융계에서는 신용불량자 등록제를 폐지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감추는 것 뿐이며 오히려 '배째라'식 연체자들을 양산, 금융기관이 부실화할 수 있다며 정부 방침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3일 "신용불량자 급증에 따른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용불량자 등록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부적으로 내렸다"면서 "그러나 신용불량자 대사면으로 오인될 수도 있어 공론화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30만원이상, 3개월이상 연체' 라는 획일적 기준을 정해 신용불량자 딱지를 붙이고 모든 금융기관이 이들을 경제적 금치산자로 취급, 대출·만기연장을 해 주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20대가 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히면 취업 등 사회적 활동이 제약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연체정보를 은행연합회나 크레딧뷰로(CB)로 집중, 모든 금융기관이 이를 공유하되 대출 여부는 금융기관이 알아서 판단토록 하는 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신용불량자라는 딱지를 떼주고 불량 고객에 대한 패널티는 금융기관 자율에 맡기자는 얘기다. 정부는 법을 바꾸지 않더라도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은행연합회 자율규약만 바꾸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연구원 한상일 연구위원도 "'신용불량자=경제범죄자=사회 부적응자'라는 획일적 이분법을 불식하고, 금융시스템 선진화를 위해 신용불량자 등록제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만 신용불량자 사면으로 오인되는 것을 막기위해 소득이 있으면서 돈을 안 갚는 연체자들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는 시그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불량자 등록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유일한 제도다.
이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배째라'식 연체자들을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신용불량자라는 표현이 사라지면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채권추심을 위한 유력한 수단을 잃게 되고, 그렇잖아도 회수율이 낮은 연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것"이라며 "또 신용불량자라는 이름만 없어질 뿐 '연체-회수압력'이라는 실질적 굴레는 계속된다"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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