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영역을 침범당할 때 남성에게는 공격 본능을 자극하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특유의 호르몬이 분비된다. 여성이 침입해오면 이 호르몬의 분비는 더욱 왕성해지는 걸까.22일로 예정된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의 미국프로골프(PGA) 도전. 금세기 최고의 성대결 카드를 놓고 팬들이야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만 자신의 터전을 내놓게 된 PGA 투어 선수들의 마음은 결코 편할 리가 없다.
참다 못한 세계 랭킹 7위의 비제이 싱(피지)이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다. 싱은 13일 "소렌스탐은 PGA 투어에서 뛸 자격이 없으며 콜로니얼대회에서 소렌스탐과 같은 조로 라운딩해야 한다면 기권하겠다"고 못박았다.
한술 더 떠 싱은 "소렌스탐이 컷오프 탈락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거부감에 대해 싱은 "우리에게는 남성들만의 투어가 있듯이 소렌스탐에게도 그들만의 투어가 있으며 따라서 소렌스탐은 PGA 소속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소렌스탐이 무엇을 증명하고 싶어하는 것일까"라고 반문한 싱은 한마디로 "웃기는 일"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싱은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1998년 4개의 아시아 도시를 돌며 하루에 18홀씩 플레이하는 '슈퍼투어'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의 대표적 장타자인 로라 데이비스(영국)마저도 자신보다 39타나 뒤졌다는 것.
싱은 "여자가 남자투어에서 경기하는 것은 정말 다르다"면서 "이는 마치 (테니스의) 윌리엄스 자매가 남자와 겨루겠다는 것과 같지만 윌리엄스 자매가 소렌스탐보다 훨씬 나은 선수일 것"이라고 칼날을 세웠다.
지난 해 이 대회 우승자 닉 프라이스(짐바브웨)도 "소렌스탐의 PGA 등장에는 대중적인 선전의 냄새가 난다"면서 "최고 수준임을 스스로 증명하려면 예선을 통과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한차례 소렌스탐과 경기를 했던 스콧 호크(미국)는 "그녀가 좋은 경기를 펼치기를 바라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사람들은 PGA와 LPGA투어가 왜 따로 분리돼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마스터스 대회 이후 5주째 PGA투어에 결장하고 있는 타이거 우즈(미국)도 이날 "콜로니얼 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해 소렌스탐과의 대결을 바라던 팬들의 기대감을 저버렸다.
소렌스탐은 22일부터 미 텍사스주 포트워스 콜로니얼CC(파72·7,080야드)에서 열리는 콜로니얼대회에 타이틀스폰서 초청 자격으로 참가, 1945년 베이브 자하리아스 이후 58년만에 성대결을 펼친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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