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영월, 태백은 강원도 땅에서도 가장 깊은 산골이다. 그 중에서도 정선은 준령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오지. 한때 주요 석탄 산지여서 사람이 붐볐고, 넓은 도로와 철길이 놓였다. 그러나 탄광이 문을 닫은 이후 정선은 다시 오지로 돌아갔다. 오지로의 복귀는 자연의 회복을 의미한다. 먹물이 흐르던 강은 옥수를 되찾았고, 탄가루로 뒤덮였던 산등성이는 녹음으로 반짝인다.정선에서도 동면(東面)은 가장 깊은 산중이다. 재빨리 푸르름을 회복했다. 특히 화암리 일대가 아름답다. '정선 소금강'으로 불리는 곳이다. 화암(畵岩)은 말 그대로 '그림 바위'이다. 바위의 모습이 붓으로 그린 것 같다는 의미다. 그림 바위의 한 가운데에서 아름다운 산천의 기운이 응집된 물이 솟는다. 화암약수이다.
화암약수가 발견된 것은 1910년. 거의 100년이 된 셈이다. 인근 마을의 문명무라는 사람이 꿈을 꾸었다. 소금강의 구슬봉 아래에서 두 마리의 용이 몸을 뒤틀며 하늘로 올라가는 꿈이었다. 꿈자리를 되짚어 구슬봉 아래로 찾아갔다. 땅을 파헤치니 바위가 나왔고, 바위 틈으로 거품과 함께 물이 솟았다고 한다.
화암약수는 철분과 칼슘이 녹아있는 탄산수이다. 계피가루를 탄 것 같은 맛이 난다. 첫 모금부터 벌컥 벌컥 들이키면 톡 쏘는 맛에 깜짝 놀란다. 위장병, 피부병, 빈혈, 눈병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화암약수를 마시려면 먼저 마음이 깨끗해야 한다. 부정한 마음을 가지고 다가가면 물 속에 구렁이가 비친다는 전설도 있다.
화암약수를 가진 화암리는 지리적으로는 오지이지만 인근에 화암동굴, 광대곡, 몰운대 등 관광명소가 즐비하다. 해마다 5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간다. 그들 중 절반 이상이 화암약수를 마시고 간다. '관광 정선'의 효자인 셈이다. 그래서 약수로서는 드물게 축제가 열린다. 올해에는 지난 달 26, 27일 열렸다. 오지 속의 오지에 숨어있던 화암약수는 정선을 바깥으로 알리고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기특한 물이 됐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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