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부산지부가 총파업에 들어간 13일 신선대 등 부산항 주요 부두는 화물 선적과 하역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반면 경찰 45개 중대 6,000여명이 출입구를 봉쇄함으로써 폭풍전야의 적막감에 휩싸였다.조합원들은 13일 오전4시께 부산대 학생회관에서 철야농성을 끝내고 "오전중 개별적으로 휴식을 취한 뒤 오후에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전달되는 지침에 따라 행동할 것"을 지시한 지도부의방침에 따라 일단 해산했다.
그러나 오후까지도 지도부는 물론 조합원 조차 어느 곳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간부들은 휴대폰을 끈 채 연락이 두절돼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여론 추이를 지켜보면서 파업 방향과 협상 대책, 정부의 공권력 행사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았다. 12일까지만 해도 매일 집회가 열린 신선대부두는 부근 도로에 트레일러 수백대가 줄지어 서있을 뿐 한산하기만 했다. 사상 초유의 '사람 없는 파업'이 일어나자 당국은 지도부와 조합원의 행방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오후4시 부산역에 모이라는 지침이 내려졌으나 경찰의 봉쇄로 조합원들은 집결에 실패했다.
총파업은 부산의 교통 흐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평소 오후 시간대면 항만을 드나드는 화물 차량들로 부둣길 등이 막혔으나 이날은 잘 뚫렸다. 그러나 조합원 집회 봉쇄를 위해 경찰 병력이 시내 곳곳에 배치되고 경찰청 헬기가 상공을 선회하자 시민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실감하고 긴장하기 시작했다. 한 시민은 "꼭 전시 상황같다"고 까지 말했다.
한편 조합원들은 언론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파업 이후 곳곳에서 취재진과 마찰을 빚었던 화물노조는 12일 오후부터 부산대 학생회관으로 통하는 캠퍼스내 2개 도로에 조합원들을 배치, 취재진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급기야 13일 오전3시10분께에는 모방송사 기자를 폭행하고 촬영내용을 강제로 지우게 했다. 또 이를 취재하던 신문 기자의 수첩 일부를 찢기도 했다.
/부산=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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