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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노사갈등 조정 시스템 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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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노사갈등 조정 시스템 마련을

입력
2003.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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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는 개혁에 대한 국민의 선택에 의해 출범했으나 막상 개혁을 구현해 나갈 구심점을 찾지 못한 채 분산되어 있는 느낌이다. 지역, 세대, 이념, 계층간 갈등이 제도적으로 조정되기는커녕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한편 북핵 위기, 세계경제 침체, 사스 확산 등 대외 경제악화 요인과 불확실한 국제정치 환경 및 자본시장의 불안정성이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정치 여건 또한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개혁입법권을 가진 국회에서 여당은 소수 정당이며 여당 내부에서조차 단일한 목소리를 도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설상가상으로 우리의 노사관계는 두산중공업 파업, 철도 파업, 화물연대 파업 등 연이은 파업으로 혼란스러운 형국이다. 파업에 대해 공권력 투입을 가급적 자제하고 대화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집권 초기 정부의 노사정책은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갈등조정 시스템 부재와 불법파업에 대한 법치주의 실종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어떤 성격의 정부가 들어서든 예외없이 대립적이고 소모적인 노사갈등이 반복되는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크게 법·제도적 문제와 노사정 운영주체라는 두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우선 법·제도적으로, 노동 3권 보장의 국제기준 미달이 노사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필수공익사업에서의 쟁의권 제한, 조정전치주의에 따른 파업권 제한, 쟁의행위의 이익분쟁제한 및 공무원노조 불허 등 노동3권을 제한하는 우리나라의 법·제도는 국제노동기구(ILO)로부터 끊임없이 개선권고를 받아왔다. 반면 경영상 해고, 파견, 비정규직 등 개별적 계약과 관련된 근로기준은 지나치게 경직적이고 재직근로자를 과보호하고 있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적하고 있다.

후진적이고 경직적인 노조법과 근로기준법은 노사 양측으로부터 불법파업 혹은 편법적 인사관리의 빌미를 제공하곤 한다. 노동법제를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집단적 노사관계에서의 쟁의권을 국제기준에 맞추어 보장해 주는 한편 개별적 노사관계에서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 인사관리의 숨통을 터주는 근로기준법의 유연화가 이루어져야만 할 것이다.

법제도의 후진성에 더해, 노사정 주체가 과거의 타성과 관행, 자신의 입장 집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문제다. 현장의 사용자는 아직도 반노조 정서에 갇혀 권위주의적 기업문화를 조장하고 불합리한 인사노무관리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동조합 또한 상급단체의 정치적 헤게모니 장악을 위해 사업장 근로자의 이익을 희생시키고 전투적 조합주의를 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구태의연한 쟁의가 반복되는 우리의 노사관계를 개혁하기 위해 법제도의 선진화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운영 주체의 총체적 역량 제고이다.

참여정부는 김대중 정부가 그랬던 인기영합적· 단기봉합적 노동정책을 지양하고, 갈등조정의 효율적 시스템을 구축해 합리적이고 일관된 정책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들은 노사문제에 무관심하거나 편가르기적인 사고를 지양하고, 국민 여론에 의해 노사의 이기적 행태가 개혁되도록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한 노동제도를 담당하는 사법부와 경제관료들이 노동전문성과 노동마인드를 갖도록 노동교육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노동이슈를 필요 이상의 희생양으로 삼는 자세도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노사갈등의 일차적 책임은 노사당사자에 있다. 사용자는 권위주의적 자세를 지양하는 가운데 합리적인 인사노무관리와 투명경영을 정착시켜야 한다. 노조의 과도한 집단이기주의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산별노조운동에 대한 사용자의 적대감을 조장할 뿐이다.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노동운동은 결국 사양길로 접어든다는 외국의 경험을 인식해야 한다.

조 준 모 숭실대 경제국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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