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앞장서서 '금리 인하론'을 외쳤던 증시가 13일 정작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 0.25%포인트 인하 결정이 나오자 오히려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장이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주가에 이미 반영됐고, 금리인하로 인한 부동산 시장 자극 등 부정적인 측면도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금리인하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대우증권 한요섭 연구원은 "금리 인하로 기업의 조달금리가 낮아지면 투자를 늘릴 수 있고 소비자들도 이자부담이 적어져 소비를 늘릴 경우 경제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며 "주가측면에서도 기업 가치를 산정할 때 미래의 현금흐름을 이자율로 할인하는데 금리가 낮아지면 그만큼 주가의 가치평가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또 금리 인하로 은행 정기예금 등 투자상품의 이자가 낮아져 부동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자금의 선순환을 통해 증시에 유동성 장세가 올 수도 있다.
다만 미국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3년간 지속적으로 금리를 내려도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주가는 내리막을 걸을 수도 있고, 갈 곳 없는 부동자금이 또다시 부동산으로 몰려들 수도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서준혁 연구원은 "기업들이 현금을 갖고도 투자를 꺼리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로 비용을 떨어뜨리는 것은 별다른 부양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형기업과 벤처업체들이 몰려 있는 코스닥시장에서는 금리 인하에 따른 금융시장 안정으로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신증권 조용찬 연구원은 "금리 인하는 가계의 이자비용을 줄이고 카드관련 신용 위험이 중소기업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며 "금리 하락으로 부채비율이 높았던 저가 대형주나 코스닥 중소형주의 자금난에 숨통이 트이는 등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금리 인하로 어떤 업종이 혜택을 볼까. 키움닷컴증권 조재호 연구원은 "과거 콜금리 인하로 지수가 500∼620포인트 박스권에 머물렀던 2001년 1월 2일∼8월 31일까지의 업종별 동향을 보면 기계·운수장비·보험·유통·식음료·증권·건설업종이 종합주가지수 대비 상승률이 높았다"며 "이들 업종의 공통점은 수출주가 아니라 내수 중심주라는 점과 금리에 민감한 업종"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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