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의원총회는 대통령 귀국 후로 연기됐습니다."12일 오후 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리기 전, 의원 60여명의 사무실에 팩스 한 장이 날아들었다. 열린개혁포럼 총괄간사인 장영달 의원이 "정대철 대표의 지시로 의총이 연기됐다"며 의총 불참을 당부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정 대표의 의총 연기 지시는 정균환 총무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총은 예정대로 소집됐지만 이 팩스가 약효를 봤는지, 신주류가 대거 불참해 '반쪽 간담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12일 있었던 일은 영(令)도 안 서고, 마치 무정부 상태처럼 엉망진창이 돼 버린 민주당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헌상 의원총회의 소집 및 취소의 권한은 원내총무에게 있다. 그런데도 의원들의 비공식 소모임 대표에 불과한 장 의원이 "대표 지시" 운운하며 의원들의 의총 참여를 막는 상황은 막 가고 있는 민주당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도 사실 할 말은 없을 것이다. 장 의원의 팩스가 곳곳으로 보내지고 있는 시각에 대표와 사무총장, 총무는 의총 소집을 놓고 낯 뜨거운 설전과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야당에게는 "노무현 대통령 방미기간 동안 정쟁을 자제하자"고 촉구해놓고, 정작 자신들은 신당을 빌미로 한 권력쟁투에 몰두하고 있다. 물류대란 등 국가가 큰 위기 상황에 놓여 있는데도 집권 여당을 자처하는 민주당은 그 흔한 현장방문조차 한 번 하지 않고 있다.
개혁, 통합, 신당 모두 좋은 얘기다. 하지만 우선 집권당으로서 제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집안이나 제대로 정돈한 다음에 개혁도, 통합도 하고 신당도 만드는 게 순서 아닐까.
박정철 정치부 기자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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