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부산지부의 파업강행으로 촉발된 수출입 물류대란이 상승 행진에 들떠있던 한국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13일 주식시장은 기술주 중심의 미국 뉴욕 증시 랠리와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세일즈 외교 등 호재와 부산·광양항 물류대란 악재의 힘겨루기 속에 약보합으로 출발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수출입 마비에 따른 산업 피해가 부각되며 지수 낙폭을 키워 16.97포인트나 추락하며 마감했다.
수출입 업무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로 전자·자동차·화학·타이어·섬유·의류·조선 등 대형 수출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제품 수출뿐 아니라 자재 수입이 끊기면서 조업차질 우려가 높아져 외국인들이 주식을 집중 매도, 3.36%나 하락하며 32만원선이 하루 만에 무너졌다. 가뜩이나 반도체 경기 둔화 등으로 1분기에 이어 2분기 실적도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우려된다는 증권사들의 리포트가 나온 가운데 공장가동 중단 우려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투자심리를 급속히 얼어붙게 만들었다. 수출 물량 출하에 차질을 빚고 있는 LG전자도 외국인들이 주식을 내다 팔아 3.24%나 하락했다.
현대차는 이날 1분기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항만 파업에 따른 부품 공급 차질 우려로 3.11% 하락하며 3만원 선이 무너졌다. 삼성증권 김학주 연구원은 "현대차의 1분기 이익은 지난해 보다 감소했지만 시장의 예상치보다는 10% 이상 높고 수익성도 개선됐다"며 "이날 주가하락은 노사분규 우려와 2분기 판매감소 가능성 등으로 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출품 대부분을 부산항에서 처리하는 한국타이어도 최근 실적 호전으로 52주 신고가 경신 행진을 이어오던 주가가 이날 1.33% 하락하며 상승세가 꺾였다.
반면 수출입 물량을 항공에 의존하는 휴대폰 등의 업종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LG투자증권 노근창 연구원은 "팬택 텔슨전자 등 국내 휴대폰 업체들은 모두 비행기로 휴대폰을 수출하고 있다"며 "이번 운송연대 부산지부 파업의 휴대폰 수출에 대한 영향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다우존스뉴스는 이날 항만 파업사태가 불확실성에 따른 반도체 매수세를 촉발시켜 D램 현물 시장에서 가격이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는 등 시장은 한국의 물류대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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