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하늘거리는 제비꽃이 심어진 작은 나무 됫박 두개를 사무실 창가에 올려 놓았다. 행사 준비에 필요한 꽃을 주문했을 때 담당 플로리스트가 서비스로 보내준 것이다. 낡은 나무 됫박에 여리게 담겨 있는 제비꽃과 어린 풀은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뻤지만 작은 나무 상자에 담긴 꽃들이 과연 얼마나 갈 수 있을지 지레 걱정부터 되었다. 물론 흙에 심어져 있기는 했지만 그 작은 공간에서 여린 생명력이 어느 정도 버틸지 알 수 없었다. 보통 화병에 담긴 꽃들은 하루에 두 번씩 물을 갈아 주어도 그 싱싱한 아름다움은 2,3일을 넘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3,4일이 지나도록 시들지 않고 파릇함과 윤기가 그대로 유지되는 상자 안의 꽃들이 너무도 신기했다.흰색과 보라색의 납작한 꽃잎과의 예기치 못한 만남은 소박하고 따뜻한 즐거움으로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한 닷새쯤 지났을까, 제비꽃 몇 송이가 드디어 오그라들기 시작했다. 이제 곧 나무 됫박을 치울 때가 되었나 하는 섭섭함과 함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물을 주어보았다. 그랬더니 몇 시간 후 오므라들었던 꽃잎이 거짓말처럼 되살아 났다. 일주일이 지나고 열흘이 되도록 나무 됫박 속의 제비꽃은 믿어지지 않는 생명력으로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그 며칠 후 어느날 모든 꽃 봉오리가 오그라든 채 축 늘어진 상태로 누워있는 게 아닌가. 물도 며칠에 한 번씩 규칙적으로 주었는데도 이렇게 된 것을 보면 정말 생명이 다했나, 혹시 너무 실내에만 두어서 맑은 바람과 공기가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과 함께 다시 한번 물을 흠뻑 준 후 건물 현관 앞에 조심스럽게 내 놓아 보았다. 오그라든 꽃잎과 바닥까지 축 늘어졌던 줄기들이 맑은 공기를 쐬더니 몇 시간 후 '반짝'거리는 모습으로 장난치듯 그 자태를 활짝 드러냈다.
그 순간엔 정말로 작은 제비꽃 상자와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전류가 흐르는 것만 같았다. 그날부터 제비꽃 상자는 현관 앞에 놓여 화랑을 드나드는 모든 이들을 맞이하게 되었고 벌써 4주째 이 제비꽃들과의 아주 행복한 만남은 계속되고 있다.
박경미 pmk갤러리대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