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엄마!!어느덧 엄마 곁을 떠나 혼자서 생활한 지도 4년이 다 되어 가네요. 처음에는 밥을 어떻게 하는지도 몰라 엄마를 찾던 저였죠. 이제는 학교 식당 밥이 더 익숙해졌네요. 엄마는 늘 제가 밥이나 제대로 먹고 다니는지 그게 걱정이시죠? 엄마가 손수 해줄 수 없는 것을 미안해 하면서요. 처음에는 엄마가 해주는 밥만 먹다가 밖에서 사 먹으니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예요. 빵을 그렇게도 좋아하던 제가 이제는 집에서 먹는 밥이 너무 그리워요.
서울에서 공부하고 직장 다니다 시집가면 엄마랑 같이 지낼 날이 없다고 늘 서운해 하시는 엄마한테 말로는 웃으면서 "내가 나중에 잘 할게"라고 하지만, 저도 실은 많이 걱정되고 서운해요.
엄마! 다른 친구들보다 일찍 집에서 나와 살면서 힘든 일도 있었고 외로울 때도 많았지만 대신 철은 좀 든 것 같아요. 부산에 있을 때는 엄마 잔소리가 싫어서 화를 내기도 했는데 지금은 가끔 그런 것도 그리워지거든요.
약대에 다니면서 생각지도 못한 많은 양의 공부와 빡빡한 실험, 학기 내내 계속되는 시험 때문에 정말 많이 힘들고 아프기까지 했어요. 그럴 때마다 너무 지쳐서 혼자서 울기도 많이 울었는데 엄마는 늘 제 걱정을 해주시고 힘을 주셨어요. 바빠서 며칠씩 연락을 못해도 화내기는커녕 몸은 괜찮냐고 걱정해주셨고요. 그 덕분에 힘든 3학년도 잘 넘기고 지금은 4학년이 되어 이제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잖아요.
엄마! 엄마하고 같이 살았더라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어서 서로가 소중한 줄 몰랐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처럼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좋은 일만 기억나고, 같이 있는 짧은 시간이지만 너무 행복하게 보내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참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가끔 집에 가려고 계획했다가 제가 못 가게 되는 일이라도 생기면 엄마는 정말 엉엉 우시면서 서운해 하셨지요. 그럴 때마다 정말 속상하고 죄송한 마음뿐인데…. 엄마는 그런 딸의 마음을 아실지 모르겠어요.
제가 다정다감하고 사랑스러운 딸이 못되어서 엄마한테는 예쁜 말도 많이 못하고 사랑한다는 말도 못하고 '그냥 다 알아주시겠지' 라고 생각했던 게 지금은 참 후회가 된답니다. 이제 제 갈 길을 찾아서 열심히 정직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에요. 지금까지 저를 이렇게 반듯하게 키워주시느라 고생하신 엄마 마음에 쏙 들지는 못하겠지만….
엄마,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딸 지혜 올림.
/정지혜(23)·서울 관악구 신림9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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