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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영박사에게 상담하세요]치매 77세노모 심장병 악화 간병힘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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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영박사에게 상담하세요]치매 77세노모 심장병 악화 간병힘든데…

입력
2003.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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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걸린 77세의 어머님 때문에 간병의 고통이 심한 50대 딸입니다. 어머님은 청상과부로 살며 우리남매를 키우신 후 내외가 벌어 잘 사는 남동생 집에서 사셨는데 최근 손자를 돌보시다가 고부간 갈등이 심해졌습니다. 어머니는 제게 하루 여러 차례 전화해 당신을 구해달라고 하지만 가보면 멀쩡히 계십니다. 한번은 전화기와 꽃병, 가습기가 부서져 있었는데, 올케 소행이라는 것입니다. 그간의 통원치료도 효험이 없으니 요양병원으로 모시자는 동생 의견에 반대한 뒤, 저는 매일 친정에 가서 어머니 간병에 매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요사이 어머님이 심장도 나빠지셨습니다. 묘수가 없을까요? (서울 상도동 지씨)

맏이의 책임감과 효성에서 치매에 걸린 노모를 위해 심신을 바치시는 댁의 마음씨가 가상합니다. 어머님은 원인불명인 알츠하이머 병(노인성 치매)에다 이제 심장병에서 오는 혈관성 치매마저 중첩될 위기에 놓이신 터라 묘수는 없고, 차선책으로 통원하는 병원의 안내를 받아 당장 장기요양 전문의료기관에 입원시켜 모시는 길이 있을 뿐입니다. 그간 남매가 정성을 다했으니 한도 없을 것입니다.

치매는 환자 한 사람의 병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고통을 받는 무서운 병이지요. 친정에 출퇴근하는 바람에 몸이 지친 것은 물론 댁의 집안살림도 엉망일 것이고, 사생활을 빼앗긴 동생 집은 일상사와 질서가 무너져 있을 것입니다. 동생과 올케는 죄인이 되어 있으며, 이해를 못해주는 댁을 원망도 하고, 내외 사이도 틈이 벌어져 있을 것입니다. 조카들도 어떤 때는 자기 부모가 불효한다고 보기도 하고, 어떤 때는 혼란스러운 할머니 말씀에 갈피를 잡지 못해 할머니가 무서워지고 경멸의 대상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치매 증상 가운데 가장 가족을 괴롭히는 것이 피해망상입니다. 대개는 덜 가까운 사람부터 범인으로 지목합니다. 즉 댁 어머님 경우라면 물건을 누가 훔쳐갔다면서 먼저 며느리에게 파출부를 범인으로 밀고하고, 다음에는 아들에게 며느리를 지목하고, 다시 딸에게 아들을 지목하고, 급기야는 아들과 올케에게 딸을 범인으로 지목함이 그 순서입니다.

전화로 사방에 핍박받는다고 무시로 구원을 요청하니 모시는 사람도 기가 막혀 막판에는 전화기를 홧김에 던져버릴 마음도 생길 것입니다. 가습기나 꽃병은 추측컨대 도청장치로 의심받아 할머님이 깨셨을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의 노인요양시설은 일반의 상상을 넘어서 환자 보호와 간병을 잘 하고 있으니 아마 어머님께서는 미구에 훨씬 편안한 모습을 보이실 것입니다.

/서울대의대 신경정신과 명예교수 dycho@dyc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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