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에 올림픽 공원에 산책을 갔다. 벤치에 앉아 준비한 곡식을 꺼내 비둘기들에게 뿌려 주자 비둘기들이 우리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 그 때 옆 벤치에서 놀던 너댓 살 난 아이가 갑자기 달려들더니 발길질을 해대며 큰소리로 비둘기들을 쫓아 버렸다. 젊은 부모는 자기 아이가 대견스럽다는 듯이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언짢아 하는 내 표정을 본 뒤에야 "공주님 이리 오세요"하며 부르는 게 고작이었다. 기분이 상한 우리 가족이 자리를 떠나려 할 때였다.이번에는 그 아이가 주인과 함께 산책 나온 한 애완견에게 발길질을 했다. 속이 상한 개 주인이 그 아이를 나무랐는데 부모가 사과는커녕 '공원에 개를 끌고 온 사람이 잘못이지 어린아이에게 왜 스트레스를 주느냐'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어릴 때 발랄하게 자라는 것은 좋다.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도 누구나 같을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사랑보다는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것이 부모의 도리 아닌가. 어릴 때부터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예절을 가르쳐야지 귀엽다고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행동을 모른체 해서야 되겠는가. 귀한 아이일수록 공중도덕과 예절을 잘 가르쳐야 한다. 하긴 부모부터 공공장소는 나보다는 남이 먼저라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인학·서울 송파구 방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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