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추측을 양산해 온 전체 대북 비밀송금 규모가 사실상 '5억달러'로 굳어지는 분위기다.송금 규모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여러 설들이 제기돼 왔다. 대북 비밀송금 지원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지난해 미 의회 조사국(CRS)의 '한미관계보고서'는 "현대가 북한에 지급한 돈은 총 8억달러"라고 주장했다. 올해 초 국민의 정부는 "현대가 대북사업 대가로 지급한 돈은 총 5억달러"라고 해명했지만 한나라당 등은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5억달러+?설', 심지어 '10억달러 이상 제공설'까지 제기됐다. 래리 닉시 미 의회조사국 선임연구원은 올해 3월 공개된 한미관계보고서 수정본에서 "총 지원금액은 9억달러"라며 1억달러를 추가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상선 해외법인이 비자금을 조성, 3억달러를 추가 송금했다"는 '8억달러 제공설'까지 흘러나왔다.
이처럼 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특검팀은 12일 "'+?'가 건네졌다는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혀 국민의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은 현대상선의 산은 대출금 2억달러, 영국공장 매각대금을 비롯한 현대전자 자금 1억5,000만달러, 해외주식예탁증서 발행자금 등 현대건설 자금 1억5,000만달러 등이 북한에 송금된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미국은 전 세계의 달러화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만큼 +?가 있다면 증거를 제시했을 텐데 닉시 보고서에는 이 같은 증거가 나와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계좌추적이나 관련자 조사에서도 5억달러 이상의 대북송금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사가 불과 20여일 진행된 상황에서 특검팀이 송금 규모를 5억달러로 한정하고 나온 것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닉시 보고서가 '+?'의 존재를 부정할 충분조건이 될 수 없는데다 해외계좌간 송금이 이뤄져 자금추적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난 정부의 해명수준을 넘지 않으려는 특검팀 스스로의 수사한계설정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어쨌든 특검팀이 대북송금규모와 송금경로를 사실상 확정한 만큼 향후 수사포인트는 송금의 '숨겨진' 의도 규명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현대의 대북사업권 확보 대가인지, 남북정상회담 개최용인지가 주목되는 것이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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