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의 상승세 지속 여부는 결국 14일(미국시간)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평가에 달렸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상당수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북핵 문제 등 현안에서 이른바 '코리안리스크'를 해소할 만한 구체적이고 분명한 성과로 이어질 경우 최근 '입질'을 시작한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되면서 지수 단기 고점도 650선 이상까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최근 매수세 역시 '반짝 사이클'에 머물며 '랠리' 지속에 대한 기대감 역시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외국인 투자 여건은 이미 호전
증시 상승세의 지속 여부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또다시 외국인을 주목하는 배경은 이번 상승세를 사실상 외국인이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증시 반등세가 시작된 지난달 28일 이래 9일까지 개인은 무려 9,485억원을 순매도하며 차익실현에 골몰했다. 반면 2월 이후 3개월 연속 순매도 우위를 나타내며 1조원 가까이 팔아치웠던 외국인은 같은 기간 거꾸로 3,5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기관(5,955억원 순매수)을 도와 상승세를 이끌었다.
현대증권 류용석 시황팀장은 "최근 외국인 매수세는 사스로 인한 홍콩·대만 등 대체시장의 매력 감소에 더해 원·달러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및 경기부양 기대감, 미국 증시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가 호전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기본적인 투자여건은 개선된 만큼 이번 정상회담이 외국인 매수세의 지속 여부를 좌우할 독립변수가 될 것이라는 논리이다.
우리증권 최정일 연구원은 "대북정책에 대한 양국 의견차가 부각된 2001년 3월 정상회담 후에는 지수가 10일간 무려 9%나 급락한 반면, 지난해 2월 정상회담 후에는 북미관계 진전 기대감으로 10일간 거꾸로 6.8%가 상승했다"며 외국인을 포함한 투자주체의 매매패턴이 정상회담 결과에 크게 좌우됐음을 강조했다.
'코리안리스크'확대 우려도 병존
정상회담에 대한 외국인 평가와 관련해 증시가 주목하는 현안은 우선 북핵 문제. 전문가들은 양국간 시각차 해소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평화적 해결 원칙의 천명'이 더욱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시각차를 해소하는 모습을 보이더라도 미국의 강경책에 한국이 끌려가는 양상이라면 시장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못할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미국의 '채찍과 당근' 정책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코리안리스크' 관리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양국간 경제협력 현안과 관련해서는 인텔 투자유치 및 하이닉스 등 민감 현안에 대한 의견조율 결과도 주목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인텔 투자유치건은 성사될 경우 '코리안리스크'를 획기적으로 해소할 만한 대형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공식적인 정책 공조와 별개로 양국간의 전략적 관계에 대한 규정, 주한 미군 재배치 문제 등에 대한 논의 결과는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양국 정부간 정서적 기류를 읽을 수 있는 부표로써 주목되고 있다.
LG투자증권 박윤수 상무는 "정상회담 결과는 통상 호재와 악재가 뒤섞인 복합적인 메시지를 담게 된다"며 "개별 사안의 성패 보다는 회담의 방향에 대한 포괄적 분석이 시장에 구체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장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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