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갔을 때 주말에 여기저기서 열리는 벼룩시장을 보면서 적잖이 부러워했다. 아이까지 데리고 나와 필요한 물건을 싸게 사는 것이 바로 '살아있는 경제 교육'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이사오기 전 아이들에게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동네 복지관 장터에서 보지 않는 비디오나 작아 입지 못하는 옷과 인형을 팔게 한 적이 있다. 그때는 아이들은 나이가 어려서인지 물건을 팔기 위해서라기보다 재미로 참가한 것 같다.
그러다 최근 아이들은 함께하는 모임에서 마련한 '아나바다 장터'에 가서 큰 경험을 얻은 것 같다. 장터에 가기 전 아이들은 장터에서 무엇을 팔지 정했다. 지금 필요한 물건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려내는 작업을 통해 아이들은 '적절한 소비'의 개념을 갖게 됐다. 그리고 아나바다 장터에서 물건값을 정하면서도 교훈을 얻게 됐다. 어른이 보기엔 터무니없이 싼 가격인데도 아이들은 만족했다.
"어차피 내게 필요치 않은 물건을 다시 쓰기 위해 기꺼이 가져가는 고마운 사람인데 너무 비싸게 받는 건 나빠요. 그리고 남에게 팔 물건이면 깨끗이 빨거나 닦아서 가지고 나왔으면 좋겠어요. 바로 쓰레기통에 넣을 물건을 가져오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요"라고 딸이 말할 때 아나바다 의미가 제대로 전달됐다는 생각이 들어 흐믓해졌다.
'남이 쓰던 물건을 어떻게…'하는 생각과 상품 소비와 유행을 조장하는 사회분위기로 인해 낡고 철 지난 것에 대한 소중한 마음을 갖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아직은 아나바다가 생활이 아니라 운동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 아이와 가까운 아파트복지관이나 유치원, 학교 등의 바자회나 아나바다 장터에 참여한다면 버린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것보다 그 전에 재사용이 얼마나 값진 일인가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 각 구청마다 있는 고쳐쓰기센터 등에 아이와 함께 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홍준희·인터넷학부모공동체 '마음에 드는 학교' 대표
● 가볼만한 곳
아름다운 가게 - 녹색연합에서 벌이는 아나바다 가게 www.beautifulstore.org/html/
안양 재활용박물관 재활용박물관(031-469-7849)은 안양 중앙로에서 박달동 방면 버스를 타고 호현마을(박달주유소)에서 내리면 된다. 오전 10시∼오후 5시. 무료로 관람하며 단체는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자원재생공사 www.koreco.or.kr 자원순환테마전시관운용과 사이버 아나바다 장터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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