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잘해야 대접을 받는 것이지, 신문들이 대접을 안해 준다고 탓하는 건 뭔가? 신문들이 대통령 대접을 언제 하지 않았느냐. 오히려 우리나라 신문들이 대통령에게 너무 대접을 많이 한 것이 탈이었다. 김영삼, 김대중 정부 초에 아들 문제를 신문들이 알면서도 잘 쓰지 않다가 사법처리가 불가피한 시점에야 기사를 썼다. 주민 반대로 사스 격리 병원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런 문제야말로 대통령이 나서서 간곡히 설득해야 하는데 언급도 하지 않고 지나갔다."최근 어느 신문에 "신문이 대통령 너무 대접해 탈"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크게 보도된 민주당 조순형 의원의 발언이다. 이 기사는 그의 이름 앞에 '미스터 바른 말'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발언만큼은 '바른 말'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신문들이 과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들의 아들 문제를 미리 다루지 않음으로써 베푼 '대접'은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대접'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것이다. 그건 권언유착의 산물이었다. 서로 봐주기 식의 '대접'을 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적어도 지난 김대중 정부가 언론사에 대한 전면적인 세무조사에 들어간 이후 권언유착은 완전히 깨졌다.
그런 '상호 봐주기' 관계가 깨진 이후 격렬한 비판의 칼날을 휘두른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의 사나운 돌변은 김대중 정부가 정말 큰 일을 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족했다. 그 세무조사에 대해 말이 많지만 그 망국적인 권언유착의 종언을 가져왔다는 공로만큼은 훗날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지금 노 정부와 조중동간의 갈등도 권언유착의 종언에 따른 과도기적 진통으로 보아야 한다. 단지 덩치가 크다고 해서 특권을 베푸는 게 온당치 않다는 건 평소 조 의원의 지론이었다. 노 정부는 조 의원의 그런 지론에 충실하고자 하는 것 뿐인데, 뭐가 문제란 말인가?
조 의원이 정녕 '미스터 바른 말'이라면 조중동을 향해 바른 말을 했어야 옳았다. 조중동이 지난 대선에서 아무리 노무현 후보를 반대했더라도 이제 그가 대통령이 된 이상 불공정한 보도와 논평을 삼가고 국익을 생각해 '국민의 대통령'으로 대접하는 최소한의 균형 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이다.
나는 그간 조 의원의 '바른 말'을 많이 들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언론에 대한 '바른 말'은 한번도 못들은 것 같다. 이는 비단 조 의원뿐만 아니라 모든 정치인들이 언론만큼은 비판의 성역으로 여기고 있기에 놀랄 일은 아니다. 다만 정치판의 그런 '상식'으로 노 대통령을 평가하는 건 온당치 않다는 것이다.
만약 조 의원의 뜻대로 노 대통령이 사스 격리 병원을 만들기 위해 직접 나서서 간곡한 설득 작업을 펼쳤다고 가정해보자. 대통령이 그런 식으로 자꾸 나서면 각 부처의 업무 추진에 차질이 생긴다는 비판이 나올 게 뻔하다. 아니 조 의원부터 얼마 전에 그런 종류의 비판을 하지 않았던가.
문제의 핵심은 조중동의 '대통령 중독증'에 있다. 대접이건 푸대접이건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조중동이 자다가도 잠꼬대를 할 정도로 대통령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관련 보도와 논평을 줄여나가면서 좀 다른 관점에서 한국 사회를 보기 바란다.
/전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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