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벤처회사 직원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여자를 만들겠다며 여중생을 납치, 감금한 사건은 영국작가 존 파울즈의 소설 '콜렉터'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7년 전 발매돼 선풍적 인기를 끈 전자애완동물 다마고치 식의 생명경시가 사이버의 힘을 빌려 범죄화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여중생의 기지로 '인간사육의 납치극'은 이틀 만에 끝났지만, 감금상태가 장기화했더라면 여중생의 목숨이 위태로웠을 것이다.여자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없었던 범인은 힘이 약해 반항하기 어려운 여자아이를 잡아다 10년쯤 키워 결혼하려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수갑 자물쇠와 기저귀를 구입하고 다마고치 다루듯 애완동물처럼 사육할 계획을 세웠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채팅과 게임을 통해 사이버세계에서만 만족을 느꼈던 자폐성이 범죄로 발전한 것이다.
실체도 없는 인물이 납치를 지시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경찰은 정신감정을 의뢰했지만, 그는 일반적인 정신질환자가 아니다. 사이버시대의 극단적인 병증(病症)에는 특별한 격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이런 유의 범죄자들이 그렇듯 평소의 그는 조용하고 아무 문제도 없었다. 편부 밑에서 자란 성장과정의 상처와 결핍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미국유학과 벤처회사 근무경험도 그를 바꿔놓지 못했다.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사랑과 생명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큰 문제다.
이 사건의 여중생에 대해서는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 어린 나이에 납치를 당한 기억은 평생을 따라다닐 정신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변의 철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는 물론이고 필요할 경우 전문가의 관찰과 상담 및 치료가 이어질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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