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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핵폐기장 건립과 연계 추진 양성자 가속기사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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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핵폐기장 건립과 연계 추진 양성자 가속기사업 논란

입력
2003.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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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핵폐기장 건립과 함께 연계 추진키로 한 양성자가속기 사업의 최종 목적이 핵폐기물 변환사업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핵폐기물 변환사업은 핵 재처리 과정의 하나이기 때문에 핵폐기장이 양성자 가속기 사업과 결합돼 장기적으로 핵 재처리까지 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 1992년 한반도 비핵화선언으로 핵 재처리는 현재 국내에서 금지된 상태인데다 재처리 과정에서 환경오염의 위험성도 커 당분간 이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양성자가속기 사업의 실체

반핵국민행동은 최근 "정부가 양성자가속기 사업에 대해 첨단산업 활용기술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국내 원자력 관계자들은 국제학회에서 공공연히 '이 사업의 목적이 핵변환에 있다'고 밝혔다"며 "정부는 양성자 가속기 사업의 실체를 밝히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실제로 반핵국민행동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양성자가속기 사업을 추진중인 과학기술부 산하 양성자기반공학개발단의 최병호 단장은 지난해 8월 경주에서 열린 '제21차 국제선형가속기 학회'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한국 양성자가속기 사업의 최종 목적은 1기가전자볼트(GeV)급 핵폐기물 변환사업"이라며 "현재 100메가전자볼트(MeV)급 가속기를 개발하고 있고 핵변환용인 1GeV급 가속기 운영기술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핵폐기물 변환사업은 핵폐기물의 하나인 사용후연료에 함유된 맹독성의 방사성 핵종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과정. 중성자를 쪼여 수만년의 수명을 수천년 정도로 단축, 핵폐기물의 위험성을 반감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핵폐기물의 재처리를 거친 후에 이뤄지기 때문에 재처리 사업과 필연적으로 연관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개발단은 "8월에 이 같은 논문이 발표된 것은 사실이지만, 양성자 가속기 사업의 추진과제가 최종 확정된 9월에는 계획에서 핵변환 사업 내용이 빠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반핵국민행동의 석광훈 정책실장은 "현 추진과제는 단기과제일 뿐으로 핵변환 사업이라는 장기적인 목적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여러 정황적 증거들을 보면 핵폐기장 건립이 장기적으로 핵 재처리 시설을 포함한 핵단지 건설로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논란들

환경단체들이 제기하는 또 다른 의혹은 핵폐기물 중에서도 위험성이 대단히 높은 사용후 핵연료까지 한 군데로 모으는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정부는 2008년까지 30만평 내외 규모의 핵폐기장을 2군데 건설하면서 사용후 핵연료의 중간저장시설 건립도 함께 추진중이며 2016년부터는 사용후 핵연료를 이 곳으로 이동시켜 보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사용후 핵연료는 위험성이 대단히 높아 이동시 사고가 날 경우 엄청난 피해가 우려되는 물질"이라며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한 군데로 모으려는 것은 장기적으로 핵 재처리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폐기장 건설책임을 맡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주)은 이에 대해 "사용 후 핵연료의 저장능력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에 따로 지을 수 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현 임시저장소의 저장능력과 관련해서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와 한수원은 2008년부터 원전별로 핵폐기물이 포화상태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1998년 원자력 백서에서는 "2006년까지 원전 부지내 저장이 가능하고 2016년까지 저장할 수 있도록 예비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이는 초고압 압축 등 핵폐기물 관리기술이 개발돼 저장능력이 늘어났기 때문. 불과 몇 년전만해도 기술개발로 저장능력이 늘어났다고 자랑하다가 이 같은 얘기를 하는 점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수원 관계자는 "새 기술이 개발돼 저장능력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기술이 상용화하지 않아 이 기술에만 의지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핵산업계의 구조적 문제

핵폐기장이 재처리 시설로 갈 수 밖에 없는 핵산업계의 구조적 문제가 이런 의혹의 배경이 되고 있다. 핵발전 연료로 사용되는 우라늄이 50여년분 정도 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핵 재처리를 통한 핵연료의 재사용이 핵산업계의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핵 재처리를 통해 사용후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게 되면, 항구적으로 이용이 가능한 플루토늄 핵발전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과기부는 원자력 중장기계획으로 플루토늄을 연료로 사용하는 고속증식로의 일종인 액체금속로를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추진중에 있어 이런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핵 재처리의 위험성

핵 재처리를 통해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이 추출돼 군사적 긴장이 유발되는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핵 재처리 및 플루토늄 핵발전 자체가 대단한 위험성을 안고 있는 사업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영국과 프랑스 일본이 현재 가동중이지만 미국 독일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를 포기한 상태. 반핵국민행동의 석 실장은 "플루토늄을 통한 핵발전은 우라늄 핵발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하다"며 "'위험한 게임'에 투자할 것이 아니라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면적인 에너지체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 우리나라 핵발전 현황

핵폐기장 건립 논란의 핵심은 핵발전의 지속성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있다. 환경단체들은 핵폐기물이 포화상태에 도달하면 어쩔 수 없이 핵폐기장을 지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그 이전에 핵발전 위주의 현 전력산업체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9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7번째로 핵발전량이 많은 나라다. 4개의 부지에 각각 4∼6기씩 총 18기(1,299만kw용량)를 가동, 전력사용량의 42%를 담당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1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2015년 핵발전 계획량은 2,663만kw로, 지금의 배에 이르게 된다.

이는 세계적인 반핵 또는 비핵 흐름과 완전히 배치되는 것.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등이 이미 핵발전 포기에 나섰으며 유럽에서 프랑스 다음으로 핵의존도가 높은 벨기에도 지난해 12월 신규 핵발전소 건립 중단은 물론 2025년까지 핵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법안을 통과시켜 '탈핵선언'에 동참했다. 또 한국을 제외한 핵발전 상위 9개국의 2015년까지 핵발전 설비계획을 보면 2001년에 비해 2.72%가 줄어들게 된다.

대안은 재생가능에너지

얼마전만해도 태양광 풍력 조력 등은 허황된 꿈에 불과한듯이 여겨졌지만 그동안 꾸준한 기술개발로 실현가능한 대안에너지로 떠오르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 산업은 세계적으로 연간 30%가 넘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탈핵바람이 불고 있는 유럽연합(EU)의 경우 2010년까지 전력수요의 22%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할 것을 합의했다. 특히 독일 스웨덴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 환경블록에 속하는 국가들에서는 현재 10% 수준인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을 2030년에는 5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반면 국내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율은 2002년 기준으로 고작 0.1% 수준. 무관심과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에너지기술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재생가능에너지 잠재량 중 현재 이용가능한 자원을 개발한다면 현 에너지수요의 60%까지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풍력 잠재량은 연간 6억6,000만MWh로 현재 연간 전력소비량의 3배에 달하며 이중 현재의 기술로 이용 가능한 5%만 개발한다 해도 연간 전력소비량의 14%를 충당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15년 발전목료량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점유량은 0.2%에 불과하다.

에너지대안센터 김태호 사무처장은 "핵발전 이외에 대안이 없다는 주장은 허구"라며 "한국이 몰락하고 있는 핵발전 업계를 살려주고 있는 가장 큰 시장을 자임하고 나서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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