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시아파의 거두인 아야톨라 모하메드 바키르 알 하킴(64)이 23년간의 망명 생활을 끝내고 10일 귀국했다.최대의 시아파 반체제 단체인 이라크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SCIRI) 의장인 알 하킴은 이라크 국민의 60∼65%를 차지하는 시아파의 지도자로 전후 이라크 재건 과정에서 태풍의 눈이 될 인물로 일찌감치 거론돼 왔다.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쪽은 미국이다. 이라크가 이란식 신정(神政)국가가 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는 미국으로서는 SCIRI가 이라크 반체제 세력 가운에 이란과 가장 가깝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SCIRI는 공공연히 이슬람 정권 수립을 주장해 미국과 긴장된 관계이다.
알 하킴 의장은 이날 남부 바스라에서 1만여 지지자를 향해 감격적인 귀국 연설을 했다. 그러나 과격한 주장은 내놓지 않았다. 그는 "새 이라크는 현대적인 이슬람 정권이 될 것"이라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도 이슬람 근본주의는 배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여성과 젊은이의 사회 참여를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그의 귀국을 14년간 이라크에 망명했다 1979년 귀국해 이란의 이슬람혁명을 성공시킨 아야톨라 호메이니에 비유하며 기뻐하고 있다는 사실은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미국은 이란식 이슬람혁명이 중동 주변국들로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사담 후세인이 이끄는 이라크 세속주의 정권을 지원한 바 있다.
측근들은 그가 시아파의 정신적 지도자로 머물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호메이니와 비교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실질적인 시아파의 대표역은 이미 이라크에 들어와 전면에 나선 동생 압둘 아지즈 알 하킴이 맡는다는 것이다.
80년 후세인 정권의 박해를 피해 이란으로 망명한 알 하킴은 이란 시아파의 보호 아래 23년간 후세인 정권에 저항해 왔다. 망명 시절 7차례의 암살 기도를 모면했으나 이라크에 있는 친지 수십 명은 후세인에 의해 처형됐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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