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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796>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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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796>몽주

입력
2003.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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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6년 5월10일 프랑스 수학자 가스파르 몽주가 태어났다. 1818년 몰(沒). 몽주는 화법기하학(畵法幾何學·descriptive geometry)의 창시자다. 화법기하학이란 통상 3차원 공간에 한정된 입체와 그 밖의 도형을 한 평면 위에서 표현하는 방법이다. 몽주는 육군 공병학교 재학 중에 '적의 포격을 피할 수 있는 건축의 문제'를 탐구하다가 화법기하학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 아이디어는 그 뒤 15년간 프랑스의 군사 기밀이었다. 본디 공병학(工兵學)으로서 고안된 화법기하학은 19세기 기계공학의 기초가 되었다. 몽주의 기하학은 전쟁이 과학 발전의 토양이 된, 슬프되 흔한 예 가운데 하나다.유년기부터 천재를 발휘한 몽주가 대학이 아니라 공병학교에 들어간 것은 그가 구체제의 최하층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법기하학을 발견한 뒤 그의 생애는 크게 변했다. 그 즉시 공병학교 학생에서 이 학교 교수가 된 몽주는 그 뒤 혁명 정부의 해군장관을 거쳐 프랑스 이공계 학문의 산실인 에콜 폴리테크니크의 설립 멤버가 되었다.

1792년 프랑스군 포병사관으로서 해군 장관 몽주를 처음 만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최고 권력자가 된 뒤 옛 상관을 늘 곁에 두고 총애했다. 그리고 몽주는 황제 앞에서 두려움 없이 진실을 말한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다. 나폴레옹이 프랑스 혁명의 공화주의 정신을 배신하고 제위에 오른 직후 에콜 폴리테크니크 학생들은 격렬한 반대 시위를 벌였다. 황제는 몽주에게 "당신 제자들이 공공연히 나를 적대시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몽주는 이렇게 대답했다. "폐하, 저는 저 학생들을 공화주의자로 만드는 데 힘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제정주의자로 만드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릴 듯합니다. 게다가 폐하는 너무 재빠른 솜씨로 전향하셨습니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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