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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서 돋보기]한국 경제, 위기와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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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서 돋보기]한국 경제, 위기와 개혁

입력
2003.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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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순 지음 21세기북스 발행·1만5,000원

한국 경제는 지난 세기 후반기 두 번이나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1960년대 이후의 고도 성장은 세계 경제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다. 그런 한국 경제가 1997년 갑자기 총체적 위기에 빠져 세계를 또 한번 놀라게 했다.

경제 위기는 어떻게 해서 맞게 된 것일까.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이런 주제를 다룬 책은 많지만 이 책이 유독 관심을 끄는 이유는 바로 저자에게 있다. 저자는 'DJ노믹스'의 핵심 참모로 지난 정부 전반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으로 경제 개혁에 직접 참여했다. 또 이번 정부 경제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학현 학파'와도 관련이 깊다.

저자는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을 관치 경제 시스템에서 찾고 있다. 경제 위기는 직접적으로 국제금융시장의 구조적 불안정과 정부의 미숙한 정책 대응에 따른 외환 유동성 부족 때문이었지만 재벌의 광범위한 부실이 보다 본질적인 원인이었다. 재벌 문제는 정부 주도형 압축 성장을 위해 도입한 일본 판 관치경제를 모델로 한 중앙관리 경제질서에서 비롯했다. 지난 정부의 개혁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광범위하게 남아있는 관치 경제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해진다. 관치 경제의 법적 관행적 인적 잔재를 없애는 것이다. 정부 기능의 전면 개편이 최우선 과제인데 이는 곧 관치 국가의 청산을 말한다. 저자의 이 같은 주장은 'DJ노믹스' 참모들이 결국 중도 하차한 이유가 관료와의 갈등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고 이번 정부의 개혁 성공 여부와도 무관하지 않아 주목된다.

덧붙이자면 경제 위기가 발생한 지 5년이 넘었지만 아직 제대로 된 백서를 찾아보기 어렵다. '만족할만한 종합인 연구'나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논의'가 별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책 같은 연구서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역사에서 조금이나마 배울 것 아닌가.

이 상 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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