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나 불행은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이다. 그것이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가혹하거나 남들에게는 잘 일어나지 않을수록 '왜 하필 나인가?' 하는 원망이 더 커진다.3년 전 교통사고로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고 장애인이 된 이지선(25)씨나 왜소증으로 키가 145㎝ 밖에 되지 않는 김영수(36)씨, 불치병에 걸린 일곱 살 원경이의 엄마 문희정(33)씨. 그러나 그들은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다.
'지선아 사랑해'(이레 발행)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지은이 이지선씨의 낙천성이다. 그는 화상으로 끔찍하게 변해버린 거울 속의 낯선 얼굴을 향해 '지선아, 사랑해' 라고 인사한다. 사람들은 '저러고도 어떻게 사느냐'고 하지만 그는 '나는 하느님의 VIP'라며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말한다.
더없이 밝고 씩씩한 그의 모습은 싸구려 연민을 허락하지 않는다. 오히려 못 말리는 장난기와 유머에 쿡쿡 웃음이 터진다. 그는 참된 용기가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절망한 나머지 자살로 생을 마감할 뻔했던 김영수씨는 충북 단양의 한 폐교에서 부모가 키울 수 없어 맡긴 다섯 아이를 돌보며 살고 있다. 그의 책 '땅꼬마 아빠와 다섯 천사들'(이가서 발행)은 작은 키 때문에 좌절감에 시달려야 했던 지난 날, 총각의 몸으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행복을 가꿔가는 요즘을 담담하게 전하고 있다. 운명을 원망하며 흘렸던 눈물을 사랑을 일구는 밭에 뿌린 그의 삶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문희정씨가 쓴 '엄마, 아파서 미안해'(씨앗을뿌리는사람 발행)를 읽으면 가슴이 아프다. 원경이의 탄생부터 현재까지를 일기 형식으로 엮은 책이다. 원경이는 선천성 면역결핍증의 일종인 '하이퍼 아이지엠 신드롬'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제일 오래 산 아이가 열 살까지라고 한다.
이 세 권의 책은 삶의 가치와 사랑의 힘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지선씨나 원경이네 이야기는 TV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그들의 용기에 감탄할 뿐, 고통 받는 이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제도적 지원에는 여전히 소홀한 상황임을 생각하면 마음이 영 편치 않다. 원경이 같은 희귀병 환자는 의료보험 혜택도 받지 못한다. 책에 실린 원경이 사진은 너무나 사랑스럽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고 화가 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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