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재원의 30대를 위한 쪽지]"일단 털어놔 보시라니깐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재원의 30대를 위한 쪽지]"일단 털어놔 보시라니깐요"

입력
2003.05.09 00:00
0 0

코흘리개 사장님의 의사 결정700만달러짜리 건축공사 계약 장소에 나온 젊은 사장은 계약서에 사인하기 직전까지도 여기저기 전화를 십여차례나 걸었다. 창업주의 아들인 그는 스스로 결정하기보다 누구의 지시를 받아야 움직이는 타입 같았다.

계약이 성사되었으니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엄마의 치마폭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코흘리개사장' 소리를 들을 뻔했다. 몇 시간 후 계약 축하파티에서, 술이 거나해진 건설회사 사장이 비꼬는 투로 물었다. "아까 누구에게 그렇게 전화를 많이 걸었습니까? 일일이 지시 받습니까?"

하지만 젊은 사장은 아무런 모욕감을 느끼지 않는 듯 태연하게 대꾸했다. "두사람은 건축 전문 변호사였구요, 또 두 사람은 거래 은행의 간부, 또 한 사람은 우리 회사 인사부장이었어요."

기껏해야 엄마-세상을 떠난 창업주 대신 회장 자리에 앉은-에게 전화를 걸어 미주알고주알 지시를 받을 줄 알았던 젊은 사장이 뜻밖에 아주 짱짱한 컨설턴트를 거느리고 있다는 얘기에 건설회사 사장은 이번 공사야 말로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고 긴장했다.

골프황제 곁에도 코치가

이상은 세계최대 금융그룹 메릴린치의 컨설팅 담당 이사가 금년 초 하버드 경영대학원 주최 세미나에서 발표한 기업과 컨설턴트와의 관계에서 인용한 사례 가운데하나다. 젊은 사장은 계약서에 사인하기 직전 건축 전문 고문변호사의 의견을 다시 한 번 확인했고, 소요자금의 조달을 위해 거래 은행에 확인했고, 본사 직원 현장 파견 문제를 놓고 인사부장과 상의했던 것이다.

기업에만 컨설턴트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축구팀에도 2002년 전세계적 영웅이 된 히딩크 같은 코치가 있어야 한다. 골프의 황제 타이거 우즈에게도 주기적으로 찾아가 코치를 받는 '스승'이있다. 신상문제를 상의하는 컨설턴트도 있다. 계속 황제 자리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

어지간하면 '나야 골프황제인데, 무슨 얼어 죽을 연습이냐'고 자만할 수도 있었겠지만 타이거 우즈를 지독한 연습광으로 만든 것도 그 코치였다. 직장인에게도 당연히 코치가 필요하다. 답답하고 힘들 때 상의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고민하는 30대 직장인에겐 더욱 필요한 존재가 컨설턴트다.

툭 털어놓았더니 아이 시원해!

직장인은 물어보고 싶고 털어놓고 싶은 것이 많다. 회사의 비전, 자신의 미래, 상사와의 불협화음, 아내와의 갈등, 스카우트 받고 갈까말까 망설임, 기타 프라이버시에 관한 일 등…. 답답증에 불면증도 겹친다.

특히 30대 중반을 넘으면서 "떠나야지! 나가라기 전에 떠나야지!"를 잠꼬대처럼 뇌까려야 하는 직장생활의 무게. 그래서 아내를 잠 못들게 하는 30대 임포도 있다. 그럴 때 찾아가 가슴을 탁 터놓을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들이 담당하는 컨설턴트의 기능 중 남의 얘기를 들어주는 역할이 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된 듯한 기분이다. 털어놓을 상대가 있으면 인생은 그만큼 가벼워진다.

털어놓고 나면 가슴 속이 시원해지고 머리도 맑아진다. 판단력은 다시 날이 서고 몸에는 엔돌핀이 돌기 시작한다. 털어놓을 상대는 가급적이면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 인생의 여러 고비를 거쳐온 백전노장이면 더욱 좋다.

털어 놓을 상대가 여자친구라면 더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맞는 얘기다. '부적절한 관계'로 발전하지만 않는다면.

smileok@knma.or.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