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환 특별검사팀이 연일 국정원 관계자를 소환·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사건과 무관한 국정원 직원들이 '피조사인 신원노출 방지'를 명분으로 특검 사무실을 무단 출입, 물의를 빚고 있다.특검팀은 국정원 직원들이 사무실을 드나드는 과정에서 도·감청 장치 설치 등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이날부터 국정원 직원의 사무실 출입을 일체 금지하는 한편, 조만간 사무실 보안점검을 실시키로 했다.
산업은행의 현대상선 대출금 2억 달러의 대북 송금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국정원 기획조정실 김모 전 예산기획관이 소환된 8일 김씨를 수행한 국정원 직원 5명 중 2명이 서울 대치동 해암빌딩 15층 특검 사무실에 무단 진입했다. 이들은 신분증을 제시하지도 않은 채 "국정원에서 왔다"며 특검측 방호원에게 출입문을 열 것을 요구한 뒤 특검 사무실로 들어가 다시 내부 계단을 통해 빠져 나오는 등 수차례 출입을 반복했다. 김씨는 이들이 취재진을 따돌리는 사이 계단을 이용해 조사실로 들어갔다. 국정원 직원들은 특검 사무실에서 서로 옷을 바꿔 입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도 보였다고 특검측은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일 국정원 김모 과장이 소환됐을 때도 이같은 행태가 연출돼 특검 사무실 보안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특검 사무실 출입자는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친 뒤라야 출입이 가능하다.
김종훈 특검보는 "국정원 관계자들이 아직도 '신비주의적 사고'에 빠져 있다"며 국정원의 구태를 꼬집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김씨를 상대로 2000년 6월 최규백(崔奎伯) 당시 기조실장의 지시로 대북송금을 주도하게 된 경위 및 송금한 북한측 계좌의 실체 등을 집중 조사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씨는 최 전 기조실장과 지난 6일 소환된 김모 과장의 중간위치에 있는 인물"이라며 "최 전 실장도 곧 소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또 국정원이 외환은행을 통해 중국은행 마카오 지점의 북한단체 계좌로 2억달러를 보낸 단서를 포착하고 최근 중국은행 서울지점 간부를 소환, 대북 송금 루트를 조사했다.
특검팀은 김충식(金忠植) 전 현대상선 사장을 9일 소환·조사한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이준택기자 nagne@hk.co.kr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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