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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소송판도] <7> 환경소송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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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소송판도] <7> 환경소송 (상)

입력
2003.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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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소송은 나무와 물, 햇볕, 공기, 고요함 등 본연의 '자연'에 둘러싸여 안락함과 쾌적함을 느끼려는 인간의 기본 욕구에서 출발한다. 이는 고스란히 조망권, 일조권, 식수(食水)권 나아가 각종 오염으로 인한 정신적·물질적 피해에 대한 배상권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환경소송의 형태는 '자연의 재료' 만큼이나 다양할 수밖에 없지만 크게 환경권 침해를 사전에 막으려는 '예방적 소송'과 피해가 발생한 뒤 이를 만회하려는 '배상적 소송'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우선 예방적 소송은 주로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의 형태를 띤다. 행정기관이 관여한 개발계획의 위법성 및 하자여부를 가리는 것이 행정소송이고, 피해가 우려되는 공사 등이 더 진행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소송이 가처분 신청이다.

가처분 신청 사건에 있어 법원의 판단은 예상되는 피해의 정도와 그 피해의 회복 불가능성 여부에 중점을 두며, 행정소송의 경우는 이에 더해 행정기관의 법 집행이 재량권을 넘어 섰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이 같은 소송에서 우리 법원은 아직 헌법상의 '환경권'을 판단 기준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환경권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버리라는 주문이다.

1995년 청담공원 내 골프연습장 설치금지 가처분 사건(94마2218)은 헌법상의 환경권에 쓰라린 패배를 안겨준 판례다.

공원 내 토지 소유자가 골프연습장을 건설하려 하는 것을 주민들이 반대했던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헌법이 규정한 '환경권'만을 근거로 하는 민사상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첫 판례를 만들면서 원고들의 재항고를 기각했다.

헌법 제35조 1항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 보전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는 환경권 규정은 구체적인 시행 법령이라는 '옷'을 입지 않는 한 개개인의 국민에게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사법상의 권리를 부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권이 주거환경권, 교육환경권으로 구체화하거나 환경정책기본법, 먹는물 관리법 등으로 분화해 힘을 얻었을 때 법원은 다른 판단을 보여주기도 한다.

1995년 부산대와 인접한 강암아파트 건축공사금지가처분 사건에 대한 부산고법의 판단(95카합5)은 교육환경을 포함한 사회적, 문화적 환경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부산고법은 "교육환경은 넓은 의미의 주거환경에 속하는 것으로, 구성원들은 환경 이익이 명백하고도 부당하게 침해될 위험이 발생한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거절하거나 방지할 수 있는 '환경이익의 부당침해 방지권'을 가진다"고 해석했다.

또 1998년 식수 오염 가능성이 제기된 속리산 온천시설 조성공사중지가처분 사건(97카합613)에 대한 2심 재판에서 청주지법은 "헌법 35조 1항의 정신에 따른 환경정책기본법과 먹는물관리법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오염되지 않은 물을 먹을 사법상 권리로서 환경권이 예외적으로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더 나아가 민법 217조를 "생활이익의 침해에 대해서도 방해배제청구권을 인정한다"고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반면 환경 행정소송은 아직 소극적인 해석이 우세한 편이다. 지난 3월 법원은 하남 풍산, 의왕 청계지구 주민들이 "그린벨트 내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은 부당하다"며 건설교통부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예비적인 단계의 지정이고, 건교부가 환경부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할 필요는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국내 환경 행정소송의 현주소는 올 상반기 예상되는 새만금 공유수면매립 면허 처분 무효 확인 소송 1심 판결에서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 전문변호사들

변호사들은 국내에서 '환경전문' 간판을 내걸었다간 '굶어죽기 딱 알맞다'고 한다. 어업피해 소송이나 대규모 아파트 일조권 피해소송 등 몇몇 사건을 제외하고는 원고인단을 모으기도 힘든데다 집단소송제가 없어 노력 만큼의 배상액이나 수임료도 기대할 수 없다.

때문에 의미 있는 소송들은 대부분 환경단체 등의 기획력을 등에 업고 진행된다. 환경운동연합 공익환경법률센터와 민변 환경위원회가 대표적. 생물학도 출신인 여영학 변호사는 북한산 관통도로 공사 금지가처분 사건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고, 새만금 간척사업 행정소송과 헌법소원 사건을 맡고 있다. 법무법인 창조의 박오순 변호사는 '환경은 미래 세대에게 빌려온 것'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새만금미래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소음 피해 소송 분야에서는 김포공항 소음 소송을 승리로 이끈 최영동 변호사가 대표적이다. 대한변협의 공익기금이 투입된 이 사건은 9,600명의 원고인단이 꾸려져 1심에서 승소했다. 어업피해 분야에서는 200억원 대 소송을 이끈 유중원 변호사가 알려져 있다.

새만금 등 공익소송과 일반적인 일조권 소송 등을 두루 맡은 김호철 변호사, 공익환경법률센터 상근변호사로 있는 박태현 변호사, 김&장 환경팀의 박상열 변호사 등도 대표적인 환경소송 전문 변호사로 꼽힌다.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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