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환자들이 암치료 받겠다고 미국에 건너가 몇 천만원이 넘는 돈을 쓰는데, IT시대에 무슨 넌센스인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융모상피암 환자가 찾아왔어요. 다른 병원에서 1차 암치료 후 뇌에까지 재발해, 우리병원에 온 여자 환자였어요. 자궁을 살리며 예후를 살펴보자고 결론 내리면서, 동시에 미국 엠디 앤더슨 암센터 전문의에게도 자궁을 살리는 게 좋을지 조언을 들어보자고 제안했지요. 며칠 후 환자와 보호자까지 참여한 온라인 영상회의에서 디지털 의료영상전송시스템(PACS)으로 환자의 영상자료를 체크한 존 카바나 박사도 같은 의견을 제시하더군요. 환자가 저의 판단에 100% 신뢰하겠다는 표정을 짓더군요. 미국의사 진료까지 받은 셈이니…."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이제호(57)교수는 2월부터 월 1∼2회 엠디 앤더슨 병원 의사들과 환자케이스를 놓고 온라인 화상회의를 갖는다. 미래의학의 아이콘처럼 여겨져 온 원격진료가 그의 진료실에서는 이미 실용화한 것이다.
자궁암 난소암 등 부인과 암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풍부한 환자경험만으로는 50대 의사의 권위를 유지할 수 없는 시대임을 이미 오래 전에 감지하고, 테크놀로지의 접목을 통해 미래의학을 선도하고 있다.
변화의 도구는 인터넷. 그는 다양한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며, 의료계 리더들 심지어 환자들과도 새로운 의료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교수의 홈페이지(www.smcobgy.com)에는 환자의 동의를 얻어 익명으로 올린 엑스레이나 내시경 사진과 환자들의 사례가 올라와 있다. 그는 이러한 자료들이 또 국내는 물론 외국 의사들의 연구자료로 활용되기를 원하고 있다. 국내 진료 여건상 충분하게 설명을 해줄 수 없는 환자들을 위해 이메일(jeholee@samsung.co.kr) 커뮤니티도 운용 중이다. " '빽'(배경)이 없는 환자에게 빽이 돼주자는 게 제 목표이지요." 이메일로 환자와 주고 받은 Q&A가 5,000예를 넘을 정도.
'엔젤테크&인포'(ATI)라는 온라인상 가상조직도 만들었다. 의학 생명공학 의공학 약학 분야 교수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비영리 자문 조직(www.genemed.org/ati). 이 사이트를 통해 이교수는 제약이나 의료기 업체, 연구기관 등에 자문활동을 하고 있다.
생명과학시대의 핵심분야로 꼽히는 분자의학은 그의 핵심 관심분야. "인간게놈 프로젝트의 완성으로 앞으로 많은 질병들의 원인 유전자가 규명되고, 이를 분자유전학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질병의 분류, 예방, 진단, 치료법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을 의학의 혁명기입니다. 비논리적인 경험의학의 시대에서 논리적인 예측의학의 시대로 바뀌고 있어요." 삼성서울병원내에 분자치료연구센터(www.mtrc.net) 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인터넷을 활용해 선진국 전문가들과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각종 난치병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의사들을 위한 경영학 사이트(www.e-mba.com)도 개설했다. 아직까지는 시험운용 단계.
이교수는 "유전공학을 이용한 진단과 치료법의 발전으로 이제 의료서비스는 환자의 수요와 취향에 따라 소비자 주도로 변모할 것"이라면서 "건강보험도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이 넓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의료보험은 디스카운트 제도일 뿐 의료보험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루 두시간 이상은 인터넷 서핑에 투자하고 있다는 그는 "4개의 사이트 서버운영비도 만만찮다"면서 "자주 업데이트 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송영주 편집위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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