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송두환 특별검사 사무실을 무단출입하고 있다는 기사는 정말 실망스럽다. 특검측은 국정원 관계자를 부를 때마다 국정원 직원들이 무단으로 들락거린다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남의 사무실에서 옷을 갈아입기까지 한다니 기본예절도 모른단 말인가. 그들은 소환당하는 상사의 신분노출을 막기 위해 여럿이 함께 들어간다고 한다. 왜 그런 일이 필요한지 모를 일이고, 인력낭비란 생각도 지울 수 없다.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민은 귀가 따갑도록 정보기관 개혁 소리를 들어 왔다. 이번에는 국정원장과 기조실장 자격시비로 국정원 개혁이 더 큰 국민적 관심사가 됐지만, 아직 옛 중앙정보부 수준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지금 송 특검이 수사하는 것이 무슨 사건인가. 은행장이 안된다는 것을 정권이 현대상선에 돈을 대출해 주도록 강요해 북한에 몰래 송금한 미증유의 국기문란 사건이다. 환금 편의 정도만 봐 주었다던 전 정권의 해명과 달리 국정원이 송금 주체였다는 사실이 드러나 국정원 간부들이 불려가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런 곳에 같은 기관 직원들이 떼지어 드나든다면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국민은 국정원장 자격시비와 관련 없이 이번에는 분명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여러 차례 국정원의 국내 사찰업무 중단을 약속했고, 국정원 개혁을 명분으로 국회의 반대의견을 물리치고 고영구 원장 임명을 강행했다. 개혁 색이 짙은 새 간부 진용도 갖추어졌고, 내부적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지만 국민 눈에는 달라진 게 없다.
지금 세계 각국 정보기관들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외정보 수집에 열중하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살펴 정말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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