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에 비해 '오세암'과 '나비'에 대한 평가가 그다지 좋지 않다. 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자는 '아이들= 천사' 식의 편협한 시각 등이, 후자는 김정은의 입술이 그렇게 비싼 건지, 죽음을 불사하는 연인 간의 최루성 멜로드라마이면서 끝내 단 한번의 입맞춤도 하지 않는 설정 등이 여간 못마땅하질 않다.그래도 일본 색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토종 애니메이션이란 점이나, 원작자인 동화작가 고 정채봉 님의 체취를 희미하게나마 맡을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오세암'은 권하고 싶다. 특별히 가족 관람을. 삼청교육대를 둘러싼 1980년대 초의 역사적 비극이 영화의 시공간적 배경으로 등장해서이겠지만 '나비'를 관류하는 뜻밖의 시대성에 남다른 감회(?)를 맛볼 수 있으리란 이유에서 이 또한 일견을 권하련다.
물론 그 매력은 '취화선'과 함께 2002년 칸 감독상을 안은 '펀치 드렁크 러브'나 '존 말코비치되기'의 명콤비, 작가 찰리 카우프만과 감독 스파이크 존즈 등이 다시 뭉쳐 빚어낸 '어댑테이션'(사진)에 비할 바는 못 된다. '펀치 드렁크 러브'는 '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의 '젊은 거장' 폴 토머스 앤더슨(33)의 천재성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한마디로 '튀는' 러브 스토리다.
기상천외한 성격화 및 플롯에서부터 황홀경의 체험마저 안겨주는 화려한 원색의 미장센, 몰입과 거리감을 동시에 구현하는 입체적 연기, 이른바 대위법적 효과를 한눈에 증거하는 음악 연출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살인의 추억'의 어떤 경지를 능가한다. 그래서일까, 영화의 맛이 지독히도 얼얼하다. 마치 핵주먹 타이슨의 강력한 한방 펀치에 맞기라도 한 것처럼.
'어댑테이션' 또한 그에 못지않은 기발한 상상력과 스토리 속으로 우리를 유인하는, 매혹의 수작이다.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세계적 연기파로 톱스타인 니컬러스 케이지·메릴 스트립, 그리고 올 오스카 남우 조연상을 거머쥔 크리스 쿠퍼 등이 출동해 연기의 진수를 선보인다. 영화의 으뜸 매력은 현재와 과거, 과거 속 과거 등 시제는 물론 각기 다른 장소, 다른 시간 속에 위치해 있던 캐릭터들이 자유롭게 뒤섞이는 영화의 복합적 플롯과 지적인 퍼즐 게임을 벌이는 것이다. 작가 찰리가 도널드라는 가상의 쌍둥이 캐릭터까지 창조해 들려주는 작가로서의 자신에 대한 이야기, 영화(만들기)에 대한 이야기, 삶의 불가사의에 대한 이야기와의 지적 유희 말이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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