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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자연과 사람을 잇는 식물도감 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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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자연과 사람을 잇는 식물도감 6권

입력
2003.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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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농사를 지은 적이 있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나에게는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조그만 씨앗에서 싹이 나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하나의 씨앗에서 수많은 씨앗이 생기는 당연한 과정이 내 손을 거치니 여간 신기하지 않았다.그런데 뽑아도 뽑아도 계속 돋는 잡초가 골칫거리였다. 제초제를 쓰지 않고 한 여름 내내 일일이 손으로 뽑다가 보니 나중에는 이 잡초들도 다 이름이 있을 것이고 이 밭에 농사를 짓지 않는다면 잡초가 주인일 것이라는 생각에 그 풀의 이름이 알고 싶어졌다.

그러나 식물도감을 찾아보며 '잡초'와 '작물'의 구분이라는 것이 얼마나 주관적인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꽃을 피우는지 어떤지 관심도 없이 보는 대로 뽑아버리던 풀 가운데 하나가 알고 보니, 어린 잎은 나물로 먹고 잎과 줄기는 약으로 쓰는 명아주였다. 무척 좋아했던 소설에 '청려장' 이라고 명아주대로 만든 지팡이 얘기가 있었다. 이 지팡이에 불을 붙여 어두운 세상을 밝혔다는 고사가 있다고 해서 명아주가 무엇인지 늘 궁금했는데, 바로 눈 앞에 두고도 못 알아 보았으니 눈 뜬 장님이란 바로 나를 두고 한 말이었다. 이렇게 식물도감은 나를 야생초라는 새로운 세계로 안내했다.

예전에 출간된 식물도감은 '장미과' '국화과' 등 식물의 과에 따라 분류해 기본 지식이 없으면 찾기 어려웠으나 요즘은 꽃 색깔별로 분류하거나 '물에서 사는 꽃', '산과 들에서 자라는 식물'처럼 식물을 발견할 수 있는 장소별로 분류해 놓아 찾아보기 쉬워졌다.

'쉽게 찾는 우리 꽃'(현암사), '쉽게 찾는 우리 나무'(현암사)와 '무슨 나무야' (보리)처럼 야외에 나갈 때 들고 가서 직접 비교해 보며 확인하기에 좋은 책들도 있고,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식물을 학기별 교과과정에 따라 찾을 수 있게 만든 '세밀화로 그린 어린이 식물도감'(보리), '청솔식물도감'(청솔) 같은 책들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창작과비평사)처럼 야생화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를 곁들인 책도 있다.

도감의 그림은 사진과 세밀화로 나누어지는데 세밀화는 풀 한 포기를 뿌리까지 그릴 수 있고 사진이 드러낼 수 없는 정교한 부분까지 나타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꽃, 잎, 열매, 씨주머니 등을 각각 따로 그린 것이 교육적 가치는 물론 실용성도 높다. 사진은 배경이 있고 확대한 사진일 경우 세밀한 부분을 놓치는 수도 있지만, 무리 지어 핀 꽃을 보여줄 수 있어 직접 보았을 때 금방 알아보기 쉬운 장점이 있다.

자연을 보호하라고 말로만 가르치기보다는 아이들과 자연 속으로 들어가 함께 관찰하고, 가능하다면 직접 가꾼다면 그보다 더 좋은 교육은 없을 것이다. 그때 우리 곁에 있는 한 권의 식물도감이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소중한 다리가 되지 않을까.

/대구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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