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베이(뭄바이)에 카레만 있는 건 아니다. 아시아 영화의 다산성을 말할 때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인도의 할리우드라 할 만한 봄베이다. 발리우드(Bollywood)는 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로 연간 500여 편의 영화를 만들어 전국 1만개 이상의 극장에 배급하는 인도 영화 산업의 중심지 봄베이를 할리우드에 빗대 표현한 말이다. '발리우드 할리우드'(Bollywood Hollywood)는 '슈팅 라이크 베컴'을 연상시키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베컴'이 전도 유망한 여학생의 미래와 사랑에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태클을 건 인도의 봉건 사회를 그렸다면 '발리우드' 역시 혈통 순수주의를 부르짖는 인도의 결혼관이 젊은 연인들의 목을 조르는 상황을 담았다. '베컴'에 비한다면 이 영화는 보다 온건하게 봉건제도와 자유연애를 화해시킨다.라훌 세스(라훌 칸나)는 캐나다에서 신흥 IT 사업으로 성공가도를 걷고 있는 젊은 사업가. '희생이 인도인의 첫번째 덕목'이라는 아버지의 유지를 충실하게 받드는 효자로 가족의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 그러나 연애와 결혼 문제를 두고는 가족들과 사사건건 부딪친다. 라훌이 백인 가수인 킴벌리를 집안에 데려오자 할머니는 '브루투스, 너마저'라며 여자를 '창녀'라고 손가락질할 정도다.
그러나 킴벌리가 요가 수행 도중 급사하고, 어머니는 인도 여자를 데려와 결혼하지 않으면 여동생을 결혼시키지 않겠다고 협박하면서 라훌은 기로에 선다. 라훌은 술집에서 만난 수(리사 레이)에게 위장 약혼을 제안하며 돌파구를 만들지만, 수의 춤과 노래에 넋을 빼앗기며 '수절'하겠다는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할머니가 적절하게 구사하는 셰익스피어 희곡의 대사들, 라훌과 수가 주고 받는 네루다의 연애시 등이 이야기와 맞물려 돌아간다. 귀에 설기만 한 인도 노래와 춤이 신선할 수도 어수선해 보일 수도 있지만 오감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향신료인 것만은 분명하다.
감독은 디파 메타. 데뷔작 '샘과 나'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했고, '땅'으로 도빌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거머쥔 바 있다. 16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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