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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전 "항모 이벤트" 부시가 각본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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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전 "항모 이벤트" 부시가 각본 썼다

입력
2003.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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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일 이라크전 종료 선언을 위해 전투기를 몰고 항공모함에 착륙한 것은 본인이 강력히 원했기 때문이라고 백악관이 밝혔다.당시 부시 대통령은 해군 전투기를 직접 몰고 에이브러햄 링컨호에 착륙해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영화처럼 연출된 이 장면은 전세계에 생방송으로 방영돼 '승리자 부시'를 선명하게 각인시키는 이벤트가 됐다.

'전투기 이벤트'는 당초 백악관 공보팀의 치밀한 각본에 따라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작위적인 연출이라는 비판론에 대해서 "항공모함이 육지의 헬리콥터 기지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전투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6일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의 설명은 달라졌다. 당일 항공모함이 캘리포니아 연안에서 48㎞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굳이 전투기를 탈 필요가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 "항모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운항해 그렇게 됐다"고 얼버무리다가 결국 "대통령은 실제 작전시 조종사들이 항모에 착륙할 때의 느낌을 체험해 보고 싶어 했다"며 대통령이 조종을 고집했음을 털어놓았다.

이런 행동에 대해 각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로버트 버드 상원의원(민주)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이 항모에 착륙하는 모습을 보며 게티스버그 연설 당시 링컨 대통령의 꾸밈 없는 권위와 현란한 쇼맨십이 대비됨을 느꼈다"고 비꼬았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부시의 착륙은 비싸게 공들인 사진 촬영 행사에 불과하다"며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대통령을 군 최고 통수권자로 선언한 미국 헌법 규정은 민간이 군 통수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2차 대전의 승장 아이젠하워나 진정한 전쟁 영웅이었던 케네디는 재임 중 결코 군인 복장을 하지 않았다"며 "부시 대통령의 '탑건(최고 전투기 조종사) 쇼'는 우스꽝스러웠을 뿐만 아니라 공포스러웠다"고 지적했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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