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회는 5권의 평론집에 눈길을 모았다.박철화의 '관계의 언어'는 문학의 위의(威儀)가 점점 쇠퇴하는 최근의 상황에 유의하여 문학 언어를 통해 문학과 사회를 함께 이해하고자 하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했다. 그런데 이런 시각이 각 편에 온전하게 구현되지 못한 느낌이다. 동서양을 너무 쉽게 비교한 것도 부담스러웠다. 우찬제의 '고독한 공생'은 개인 대 사회라는 해묵은 대립을 키워드로 21세기 한국문학의 지형도를 진지하게 탐색한 평론집이다. 그런데 그 이론비평의 구성이 촘촘하지 못한 것 같다. 시론(詩論)이 결락한 것도 눈에 띄었다.
류보선의 '경이로운 차이들'은 통렬한 자기비판의 책이다. 민중문학론자로 출발해 안팎의 변화 속에서 중심이 아니라 주변을, 통일이 아니라 차이를, 남성이 아니라 여성을 주목하면서 자신의 이론적 입장을 진지하게 수정해 나가는 정신의 궤적이 은은한 공명을 부른다. 그런데 다소 장황한 것이 흠이다. 에둘러 갈 때도 있지만 때로는 필마단기(匹馬單騎)로 짓치고 들어가기도 해야 하는 것이다. 황현산의 '말과 시간의 깊이'는 학문적 배경과 현장의 감각이 조화를 이룬 평론집이다. 그러나 적극적인 편집을 행하지 않고 10여 년에 걸쳐 쓰인 글을 발표 순으로 묶은 것은 평론집으로서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인상이다.
김인환의 '다른 미래를 위하여'는 독특한 평론집이다. 비평가로서 그의 관심은 거의 무한정이다. 현대문학 연구를 기반으로 삼고 있음에도 그는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학문의 근대적 구획을 가로질러 종횡무진한다. 그러나 너무 주관적이다.
심사위원회는 김인환과 류보선 사이에서 고민하였다. 토론 끝에 류보선의 정진을 기대하며 안주를 거부한 채 비평적 모험을 사양하지 않는 김인환을 수상자로 결정하였다.
/심사위원=유종호 김윤식 김병익 최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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