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민주당 정대철 대표의 7일 청와대 회동에서 정 대표가 신당 추진 방향을 '개혁적 통합 신당'으로 제시하고 노 대통령이 일단 당에 모든 것을 맡겨 신당론의 가닥이 잡힐지 주목된다.정 대표 힘 받나 정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당내 신당 추진을 둘러싼 갈등 상황을 설명하고 "김원기 상임고문과 함께 신당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겠다"면서 "개혁적 통합 신당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당정분리 원칙을 강조하며 "정 대표가 슬기롭게 처리하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앞으로 신당 추진 과정에서 정 대표에게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문석호 대변인도 "대통령이 정 대표에게 전권을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에 따라 '개혁 신당론'을 고수하고 있는 강경파들을 설득하는데 주력하는 한편 '개혁적 통합신당' 추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특히 이날 저녁 미국에서 귀국한 한화갑 전 대표와 1시간 가량 회동, 상당한 공감대를 이루면서 당내 입지를 더욱 공고하게 굳혔다.
한 전 대표도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대변화에 따라 당도 변하는 게 당연한 만큼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창조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말해 신당 추진 자체를 수긍했다. 그는 "기회가 되면 노 대통령을 만나 의견을 전달하고 조언을 듣겠다"면서 "사심을 버리고 정 대표 등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을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고 말해 현 지도부에 힘을 실어줬다. 한 측근은 "인적 청산이 아닌 통합 신당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한 전 대표도 반대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김상현 고문과 박상천 최고위원 등 광주전남지역 의원 12명은 이날 밤 긴급모임을 갖고 분당을 통한 신당에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민주당의 법통과 정체성을 계승하는 신당 추진을 주장하면서 원내정책정당화, 실질적 상향식 공천 등 정당개혁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밀리는 신주류 신주류 당권파, 중도파, 구주류가 연합해 총공세를 펼친 데 이어 노 대통령이 '개혁신당론'의 손을 들어주지 않자 신주류 강경파의 기세는 한풀 꺾이는 양상이다. 강경파는 일각에서 추진된 당 밖 신당추진기구 구성을 보류하는 등 일단 한 발 물러서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정동영 이상수 천정배 신기남 의원 등 강경파 7명은 이날 오전 조찬 모임을 갖고 당 밖 신당추진기구 구성을 백지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천 의원은 "당 밖 신당추진기구는 외부 개혁 세력과 합칠 때 필요할 지 모르지만 당내 신당추진위와 병행해서 만들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신 의원도 "당내 신당 추진위 구성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강경파의 후퇴는 무엇보다 '세대교체'와 '인적청산' 주장이 전면에 부각돼 당내에서 반대가 확산, 세 결집에 실패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뚜렷한 리더가 없는 탓에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역풍에 대한 저항력도 그만큼 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강경파는 당분간 전선을 당 안에서 형성, 신당추진위의 성격과 구성 지분 등을 놓고 당권파·구주류와 일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한 발 물러서는 듯하면서 신당추진위의 지도부 대체 등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모두 당권파와 구주류를 겨냥한 새로운 '선전포고'로 여겨진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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