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경·한 정·김경민 지음 휴머니스트 발행·8,900원
'요즘 아이들은 통 모르겠어. 대체 왜 저러지? 옷차림은 또 저게 뭐야?'
10대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은 흔히 그렇게 말한다. 아이들도 할 말이 있다. '어른들은 몰라요.'
KBS TV가 1년 가까이 방영한 청소년 프로그램 '어른들은 몰라요'의 방송작가 세 명이 함께 쓴 이 책은 부모와 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하다. 막 사춘기에 접어든 초등 5, 6학년에서 중고생까지 보통 아이들 34명이 요즘의 고민과 갈등, 꿈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보기엔 날라리에다 버릇없고 어수선하기만 한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지내는지 아이들의 목소리로 직접 전해준다.
이 책은 꿈·사랑·간섭·세대 차이를 키워드로 34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꿈은 대학에 가서 이뤄도 돼' 라는 어른들 말에 '가슴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데 어떻게 참을 수 있어?' 라고 되묻고, 기다리기엔 너무 애가 타서 컴퓨터 앞에 앉아 '남친♥구함'이란 제목으로 채팅을 하는 당당한 10대들의 모습에 부모들은 잠시 말문이 막히거나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특히 이성과 성에 대한 아이들의 태도는 상당히 적극적이고 당돌하다. 전지현 같은 쭉쭉빵빵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몸 만들기에 시간을 바치는 한편, 100일까지만 사귀고 101일 째 헤어지는 이른바 '아담의 법칙'을 실천하는 승민이,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다, 내 짝은 내가 찾는다'며 남자 중학교 앞에서 지키고 있다가 마음에 드는 아이에게 용감하게 달려가 손바닥에다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적어주는 여학생 3총사….
아이들의 고민은 가지각색이다. 뚱뚱해서, 이성친구가 없어서, 짝사랑 때문에, 부모의 지나친 간섭에 질려서 등등. 그런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부모들 이야기도 나온다. 시험을 앞두고도 좋아하는 선생님께 드릴 수백 송이 종이 꽃 접기에 몰두하는 딸을 위해 엄마는 밤을 새며 종이 꽃을 접어준다. 목욕탕에서 옷 벗을 때마다 '어디 우리 아들 고추에 털 얼마나 났나 보자'던 아빠는 첫 몽정을 하고 부끄러워 하는 아들에게 말한다. "나도 네 나이 때 몽정을 하고 엄마한테 안 들키려고 얼마나 애썼는데…." 수염이 나기 시작한 아들에게 아빠는 면도기를 선물한다.
이 책을 읽으며 부모들은 깨달을 것이다. '우리 때 하고는 정말 다르네. 그런데 녀석들이 저러는 것도 다 이유가 있군.' 하고. 아이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바로 내 얘기'라고.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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